늦었지만 이제라도
늦었지만 이제라도
  • 윤원진 기자
  • 승인 2017.07.03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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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 윤원진 차장(충주주재)

관세청은 지난 2016년 1월 18일 직제 개편을 실시해 충주세관을 폐지했다. 당시 47개 세관(6개 본부세관, 41개 세관)을 34개 세관(5개 본부세관, 29개 세관)으로 통폐합하는 내용이었다.

한중 FTA 대비 등 업무효율화라는 명분을 달았지만, 관세인들 사이에서는 1급자리를 늘리기 위한 꼼수였다는게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졌다.

실제 최순실 게이트 조사가 한창이던 지난 2월 고영태는 최순실이 인천본부세관장 인사에 개입했다고 증언했다.

인천본부세관장도 검찰 조사가 시작되자 돌연 사퇴하며 이런 의혹에 힘을 보탰다.

진실이야 어쨌든 관세청의 직제개편은 충청도에서 충주세관을 폐지하는 결과에 이르렀다. 서울본부세관 산하의 14개 세관 중 의정부, 구로, 대산, 충주, 원주, 고성세관 등 6개 세관을 폐지하고, 대전세관은 타지역 본부세관 소속으로 이동했다.

현재 충주는 본 기능을 축소한 채 청주세관 산하의 `세관 비즈니스 센터'로 재편해 운영되고 있다. 통관 업무는 기존과 같다는게 세관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런데 실은 4급 서기관이 세관장으로 부임하던 충주세관이 과거 세관출장소 형태처럼 기관장 없는 비즈니스센터로 격하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아는 주민은 얼마 없다.

전국적으로 논란이 일었던 곳은 평택본부세관이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세관으로 격하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지역사회가 단결해 관세청을 압박하며 본부세관을 지켜냈다.

충주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지난 2015년 1월 과학기술부 소속이었던 기상청을 환경부로 직제 개편하면서 대전지방기상청 소속 충주기상대도 충주기상서비스센터로 격하됐다. 그런데 주민들과 지역구 이종배 국회의원이 반발하면서 충주지역에 국립충북기상과학관을 유치하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여기에는 개편으로 제대로 된 기상대 역할이 어렵다는 여론이 한 몫 했다. 농업은 물론 관광산업에 악영향이 우려되고 기후변화 등으로 국지 기상이변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기상대를 축소한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명분을 얻었다.

하지만 충주세관이 격하될 때는 조용했다. 충주상의 핵심 관계자도 당시 기업인들이 세관 격하에 대해 불쾌하다는 감정을 숨기지 않았지만, 통관 업무상 문제가 없기 때문에 큰 이슈가 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사실 충주지역 세관 업무 처리량이 서울본부 산하에서 동반 폐지된 타지역 중 가장 작아 논란거리 자체가 안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번 세관 건은 기상대 건보다 심각하다는 여론도 적지않다. 강압정치, 국정농단 등으로 인해 흘러버린 세월만 탓할 게 아니라 이제라도 잃어버린 자존심을 되찾아오자는 뜻이다.

충주시는 3년 연속 `기업하기 좋은 도시'라는 브랜드를 내걸고 서충주신도시 활성화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경제자유구역 대체 부지도 물색하며 외국기업 유치에도 재차 나서는 상황이다.

최근 롯데주류 충주공장 관계자는 충주가 국토의 중앙이고 사통팔달 도로망이 발달돼 대한민국 물류의 중심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중부내륙철도가 개통된다면 이런 전망은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그 때도 충주세관비즈니스센터가 제 역할을 수행할 지는 미지수다. 늦었지만 철저한 분석과 함께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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