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지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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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은숙<괴산 동인초 사서교사>
  • 승인 2017.07.03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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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 민은숙

도서관에서 발견한 책 한 권이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집은 책 중의 하나였는데, 시기가 묘하게 맞아떨어지다보니 몰입된 책 중 하나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예전에 읽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방황하는 칼날'이 생각났다. 읽고 나서 `방황하는 칼날'을 읽었을 때 했던 생각을 또 하게 된다.

사람의 본성은 과연 성악설인가, 성선설일까. 만 14세 미만은 형사미성년자로 인정되는데, 과연 지금 시기에도 그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가 등. 이건 명확하게 답이 없는 문제인지라 더 논란이 되는 것 같다.

우리나라 형법은 자구행위 금지 원칙에 따라 모든 범죄는 법정에서 처벌받게 되어 있다. 피해자와 관련된 사람이 사적으로 복수할 수 없다는 뜻이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한 사건도 결국엔 법정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어떻게 될지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범죄자 아버지가 재력을 가지고 유명 변호인단을 선임하였다는 등의 기사를 볼 때마다 답답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사람이 어느 정도의 규칙을 가지고 살기 위해 만든 것이 법일 텐데, 그런 법에 쓰여 있지 않다는 이유로 죄가 없다는 것이 과연 맞는 일일까. 법이란 건 결국 함께 살아가기 위해 만든 건데, 정신병을 앓고 있어 스스로 행동할 수 없다는 것 때문에 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 맞는 걸까. 어리다는 것이 벌을 받지 않는 이유가 될까 등 여러 생각이 든다.

그러다보니 한 번쯤은, 그러한 자구행위가 가능하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상상을 어렴풋이 하지 않았을까 싶다. 몇몇 영화에서도 범죄 피해자들의 관련 사람들이 직접 복수하는 내용의 영화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처럼 명확히 그 점을 다룬 건 드물지 않나 싶다.

오늘 소개할 책인 저지먼트(고바야시 유카·예문아카이브)를 읽고 나니 고민은 더 깊어져 간다.

이 책은 `만약 소중한 사람이 살해당했다면, 당신은`복수법'을 선택하겠습니까?' 란 물음을 던지고 있다. 흉악한 범죄가 날로 증가해가는 20XX년. 가해자에게 자신이 당한 일을 똑같이 합법적으로 되돌려주는 것을 인정한 제도를 만들었다. 그 법에 따른 처분을 원하는 경우 피해자 또는 그에 준하는 사람은 자기 손으로 직접 형을 집행하는 제도를 만든 것이다. 형 집행을 감시하는 집행감시원, 주인공 도리타니 아야노가 본 이야기로 꾸며진 단편으로 묶여진 소설이다.

다섯 사건 모두가 일어날 법한 이야기고,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쓰여진 사건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책 내용에 더 이입해서 읽은 것 같다. 과연 복수법을 선택했을 때 어떤 감정이 들지, 왜 형법에 자구행위 금지가 있는가 생각해 보게 된다.

생각만 해 왔던 것을 글로 옮긴 것을 만난 것 같다. 인간은 결국 어떤 존재인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이번 사건에도 범인과 공범, 범인의 부모와 피해자의 부모, 변호인단, 재판자 등 많은 존재가 또 연결되어 있다. 판결은 이뤄질 것이고, 결과를 지켜 보게 될 것이다. 이 사건은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낼 거다. 나중에 찬찬히 지켜보면서 같은 고민을 하게 될 거 같다. 풀리지 않는 숙제기에 말이다.

그래서인지 책을 덮으면서 개운하다기보다 뒷맛이 씁쓸한 그런 책이 되겠다. 맥주 한 캔을 옆에 두고 찬찬히 다시 읽어보려고 한다. 아마 이런 작품을 만나는 것도 그렇게 흔한 기회는 아닐 것이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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