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시민후보를 꿈꿀 때다
이제 시민후보를 꿈꿀 때다
  • 임성재<칼럼니스트>
  • 승인 2017.06.29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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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 임성재

지방선거가 꼭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정권교체로 끝난 대통령선거의 영향으로 각 정당들은 벌써부터 내년의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고 있는 듯하다. 지역에서도 각 정당별로 출마가 예상되는 인물들을 점치는 언론보도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그들의 움직임 또한 빨라지고 있다.

여당엔 인물이 넘쳐나 경쟁이 치열한데 야당엔 이렇다하게 떠오르는 사람도 없어 인물난이 심각하다. 그렇지만 거론되는 인물들을 보면 여당이나 야당이나 새로운 얼굴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선거 때마다 거론되는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좁은 지역사회라는 한계도 있겠지만 새로운 인물을 키우지 않는 정당정치의 한계 때문이다.

지방의원의 공천은 지역 국회의원이나 지역위원장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그래서 지방의회에 진출하려는 사람들은 지역민에게 봉사하기보다는 자신의 공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역 국회의원이나 지역위원장에게 충성을 바치는 일에 힘쓸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지방의원들도 정당정치에 매몰되어 자신의 소신을 펴거나 지역을 위한 정치를 하기가 어렵다. 단체장이라 해서 지방의원들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정당에 대한 공헌도가 단체장 공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중앙당의 낙점을 받기 위해 눈치를 살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폐단을 막고 지방정치를 지역민에게 맡겨야한다는 이유로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제 폐지를 찬성하는 여론이 훨씬 높다. 정당들도 선거 전에는 정당공천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하는데 선거만 끝나면 없던 일이 되어 버리는 것은 지방정치를 그들의 도구로 이용해온 정당과 국회의원들의 이기심 때문이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든다.

이제 지방자치는 정당의 손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 당위성은 지역민들도 잘 알고 있다. 그러기위해서는 지방선거에서의 정당공천제 폐지를 위한 법 개정이 우선되어야하지만 중앙정치인들이 그들의 기득권을 순순히 내려놓을 리 만무하다. 그렇다면 정당공천에 매이지 않는 시민후보들이 무소속으로 직접 나서서 시민들을 설득하는 길 밖에 없다.

물론 당선가능성은 정당에서 공천 받은 후보가 훨씬 높을 것이다. 선거는 조직과 자금과 경험이 당락을 좌우하는 큰 변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시민후보가 꼭 절망적인 것만은 아니다. 시민후보가 인물의 됨됨이나 청렴성, 전문성 등 객관적인 평가에서 정당후보를 뛰어넘는다면 시민들을 설득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충북지역에는 수많은 시민단체들이 있다. 각 단체들은 단체의 활동에 뜻을 같이하는 시민들과 대학교수 등 전문가집단들의 참여로 운영된다. 그들은 각기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며 나름대로 그 분야의 전문성을 쌓아왔다. 그래서 각 단체들은 자기분야의 전문성을 살려 자치단체의 행정이나 지방의회 활동을 감시하고 견제하며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런 단체들이 시민의 신뢰를 받으며 유지되는 것은 회원들의 회비로만 운영하는 투명성과 정치적으로는 철저하게 중립을 지켜왔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치권과 담을 쌓은 것은 아니고 진정으로 시민을 위한 일이라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과도 함께 해왔다. 이렇게 청렴성과 전문성에서 정당후보들과 차별되는 시민단체들의 활동가나 전문가집단 중에서 지방의회에 들어가거나 자치단체장이 된다면 기존의 정치형태와는 판이하게 다른 지방자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다른 지역의 자치단체나 지방의회에서 좋은 사례들을 찾아 볼 수 있다.

지역개발을 최고의 공약으로 내 세우고, 몇 조원의 자본유치로 일자리 몇 만개를 만들었다는 것을 업적으로 내세우며 표를 구걸하는 단체장은 더 이상 만나고 싶지 않다. 그들이 공약하고 그들이 달성했다고 하는 자랑대로라면 이 지역은 그야말로 일자리 천국이 되었고, 소득은 전국 지자체중 최 상위를 차지했어야 할 것이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또 지역민의 신망을 받아 기초의회에서 광역으로 그리고 단체장으로 나아가려는 정치적 야망도 없이 작은 권력에 안주하며 갑 질이나 해대는 그런 지방의회 의원들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이제야말로 시민후보를 내 세울 때이다. 시민후보가 지방의회나 단체장에 나서는 것은 당장에 당선하겠다는 목표보다는 지방정치판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는 운동으로 시작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지방정치를 바꿔내는 값진 결실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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