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자’로서의 나
‘봉사자’로서의 나
  • 이유경<청주시 모충동 주민센터 주무관>
  • 승인 2017.06.29 1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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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 이유경

`헌법 7조 1항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헌법 공부를 하면서 가장 관심이 갔던 조항이다. 맨 처음 공부를 시작했을 때는 그냥 단순하게 반가웠다. 생전 처음 접하는 헌법에 겁을 먹고 있었는데 공무원이라는 단어가 나오니까 괜히 반가운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부할수록 궁금해졌다. 물론 공무원이 국민을 위해 일하는 자리인 것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헌법에 직접적으로 봉사자라는 단어를 명시한 것을 보면 그 뜻에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그리고 책임을 진다는 것은 또 무엇인지 와 닿지 않았다. 그래서 수험기간 동안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은 `봉사자'와 `책임'의 뜻은 무조건 국민의 편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원하는 일을 다 해주는 것이었다. 솔직히 그 당시에는 합격만 하면 뭐든 못하겠느냐는 생각이 있었고 그것에 영향을 많이 받은 결론이었다.

필자는 지금 모충동 주민센터에서 민원 업무를 보고 있다. 임용식 때 첫 직장이자 첫 발령지가 주민센터라는 이야기를 듣고 무척 긴장이 됐다.

그러던 중 한 가지 일이 생겼다. 한 할머니께서 남편의 인감을 대리로 떼러 오셨다. 그런데 도장을 안 가져오셔서 도장을 가지고 와 달라 말씀드려 돌려보냈다. 그리고 다음날 도장과 함께 위임장을 작성해서 가져다주셨다. 그런데 위임장을 확인하던 중 대리사유를 작성하지 않으신 것을 보고 사유를 적어 달라 말씀드렸더니 남편이 돌아가셨다고 했다. 너무 놀라 확인해보니 아직 신고도 안 돼 있고 의심자로 조회도 안 되는 상태였다. 사망자의 인감은 발급이 안 된다고 말씀드리니 그냥 해달라고 무작정 화를 내셨다. 그래서 사망자 인감은 사망 시점부터 신청만 해도 고발사유가 되고 발급된다 해도 나중에 다 고발처리가 이뤄진다고 충분히 설명해 진정시켜 보냈다. 이러한 일을 여러 번 겪고 나니 수험기간 동안 내린 결론과 현실 간의 괴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일반 국민이 `행정서비스'하면 민원업무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자 또한 그렇게 생각하고 자부심을 느끼고 과거에 내렸던 결론과 같은 공무원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발령 첫 주 만에 그러한 괴리감을 느끼게 됐다. 위의 예시와 같이 공무원에게는 지켜야 할 법과 규정이 있는 반면 일부 민원인들은 그것을 뛰어넘는 요구를 해 공무원으로서 그것을 전부 맞춰줄 수 없는 상황이 종종 있다. 이 경우 사실 과거에 생각했던 결론대로라면 어떤 법과 규정이 있더라도 민원인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정답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과한 요구를 모두 수용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결론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제 `봉사자'로서의 공무원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국민의 요구를 맞출 수 있게 최선을 다하는 사람으로, 언제나 자신의 한 일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이라고 결론지었다. 또 특정인에 대한 봉사자가 아닌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라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1년 뒤, 10년 뒤, 30년 뒤의 `나'는 아마 지금과는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때의`나'도 지금의`나'처럼 국민을 섬기는 마음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일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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