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이글스가 반갑고 서럽다
한화이글스가 반갑고 서럽다
  • 안태희 기자
  • 승인 2017.06.2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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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안태희 취재2팀장(부국장)

야구의 계절이 돌아왔다. 청주는 너무 늦게 왔지만, 한화이글스의 청주홈경기가 27일부터 3일간 펼쳐지고 있다. 한화이글스의 청주경기는 항상 만원이다. 첫날인 27일 경기에서도 홈팬들은 매진으로 한화이글스를 응원했고, 선수들은 승리로 보답했다.

10년 만에 국제축구경기대회가 열릴 정도로 프로스포츠의 변방, 또는 `낙도'인 청주에서는 프로야구 경기가 축제다. 청주경기에서 한화이글스의 유니폼을 입은 남녀노소 팬들이 많아진 걸 보니 팬들이 많아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요즘같이 메마르고 각박한 세상에서 1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스포츠가 뭐가 있을까 생각하면 한화이글스의 홈경기가 더더욱 반가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홈경기를 팬의 입장에서 지켜보면서 아쉬운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시설이 여전히 미흡하다. 익사이팅존의 좌석 번호가 잘못돼 있었다. A구역인지, C구역인지를 구분할 좌석번호가 중구난방이다. 팬들이 좌석을 찾느라 왔다갔다 우와좌왕하기 일쑤이니,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한 팬으로서는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외야의 깎아지를 듯한 계단은 항상 사고위험을 안고 있다. 시설개선을 했다고는 하는데, 도대체 팬들이 안전하게 야구를 관람할 수 있을 정도가 됐는지 자문해봐야 할 정도다.

예전에는 구장이 허술하게 보수돼 쓴소리를 많이 들었다지만, 관람석의 안전도나 편의성은 거의 낙제수준이다.

요즘 TV중계로 각 시도의 보조구장을 보니, 샘이 날 정도로 시설이 좋다. 충청북도의 수부도시라고 자부하는 청주에 있는 야구장이 안전 D등급 수준인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팬들의 안전을 내팽개치는 상태로 방치될 것인가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민선 3년을 맞는 청주시장과 충북도지사는 이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하지 않을까.

내년에 강원도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나면 국제 스포츠계에서 충북은 누구를 핑계댈 수 없는 스포츠 낙후도가 될 것이다.

스포츠어코드 총회를 유치한다고 하지만, 프로스포츠가 아니면 생활체육이라도 활성화된 살아 있는 건강한 청주, 뛰어다닐만한 충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청주구장이 매진된 날 잠실구장이나 다른 구장을 보니, 거의 텅 비었다. 다른 구장들은 평일에 홈팬들이 적당하게 올 정도인데, 오죽하면 청주구장은 꽉 채워질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충북도와 청주시는 프로축구단 창설 문제에 대해서도 이번 기회에 제대로 고민을 해야 한다.

예산 핑계 대지 말고, 도민들의 숨통을 틔울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산이 그렇게 없는데 어떻게 경북 상주시는 프로축구단을 운영할 수 있을까.

이제 1년밖에 남지 않았다. 도민들에게 삶을 충전시키고, 웃고 즐기게 하는 기초적인 권리를 찾아줄 수 있는 자치단체장이 필요한 지경이다. 언제까지 TV로만 즐겨야 하고, 다른 시도를 찾아가야만 할 것인가.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보는데 이것저것 따지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충북에는 활력소가 없어질 수밖에 없다.

한화이글스가 반갑고 서럽다. 1년에 10번도 하지 않는 경기를 보러 통닭 싸들고 아찔한 경기장을 오가는 시민들이 안타깝다. 자치단체장은 시구나 하지만, 시민들은 좁은 의자에 앉아 오도 가도 못한다. 그나마 한화이글스의 청주경기가 줄지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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