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떡의 심리학
똥떡의 심리학
  •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서원초 교감)
  • 승인 2017.06.28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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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서원초 교감)

# 얼마 전 현장학습 가는 버스 안에서 학생에게 변을 보게 한 사건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똥은 생리적 현상으로 누구나 싸고, 교사는 모든 일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으며, 부모는 자녀문제에 화를 낼 수 있고, 법은 누군가를 처벌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을 보면서 본질을 놓치는 것 같아 아쉽고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본질은 그 여학생이다. 부모는 교사의 행위에 분노하여 한풀이할 수 있다. 교사는 고당하고 억울한 교사는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다. 교원단체와 학부모 단체는 서로 맞대응할 수 도 있다. 필자는 누구의 편을 들자는 것이 아니다. 그 여학생은 평생 적어도 하루에 한 번 이상은 화장실에서 변을 봐야 할 텐데 어른들의 다툼이 그 학생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까. 문득 오래전에 쓴 글 `똥떡을 아시나요(본지 2012.10.17.자)'를 다시 읽어 본다.



# 오래전 우리네 변소(화장실)는 대게 가장 외진 곳, 어두침침한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어린 아이들은 종종 큰일을 보다가 똥통에 빠지는 일들이 비일비재했고, 목숨을 잃는 경우도 생기곤 했다. 변소에 빠지면 오래 못산다는 속설이 있어 아이들은 변소에 갈 때마다 두려움에 떨었다. 심지어 변이 마려우면 그 트라우마가 증폭된다.

이때 지혜로운 부모는 일 년에 한두 번 먹기도 힘든 하얀 쌀을 곱게 찧어 두려움에 떠는 아이에게 떡을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이 아이는 “똥떡 똥떡”하고 외치며 동네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게 하였다. `똥떡'에는 우리 조상의 심리치료에 대한 지혜를 볼 수 있다. 심리치료에 사용하는 연합이론(association theory)과 직면(直面·confrontation)이 그것이다. 첫째로, 아이가 변소에 빠지므로 시원하게 배설을 해야 할 장소가 `변소=두려움'으로 조건화 된다. 그러나 어머니가 해주는 맛있는 떡은 `변소=두려움=떡'으로 연결이 되어 `변소=떡'으로 조건형성이 될 수 있다. 둘째, 똥통에 빠졌던 아이는 직접 떡을 들고 동네를 돌며 `똥떡, 똥떡'하고 크게 소리를 친다. 예기치 않은 간식거리를 받아든 이웃들은 아이에게 좋은 덕담을 해주기 마련이다. 그러면서 `녀석 놀랐겠구나?' 하며 머리도 쓰다듬어 주기도 하도 놀리기도 한다. 아이는 이웃들로부터 관심과 격려를 받으면서 자연히 똥통에 빠진 황당한 경험을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기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트라우마를 극복하게 된다.



# 20년 전 무극에 근무할 때, 4학년 우리 반 아이들을 데리고 상당산성으로 현장학습을 갔다. 정상 부근에서 여학생 한 명이 급히 큰일을 봐야 할 상황이 생겼다. 풀숲에 여학생들이 둘러싸게 하고 일을 보게 했다. 한참 후 얼굴이 벌게진 여학생은 울음을 터트리기 직전이었다.

필자는 남자애들을 모두 불러 산성 정상에서 청주 쪽을 향해 서게 한 후 `일발장전(?)'을 외쳤다. 그리고 누가 멀리 가나 시합하자고 하며 필자를 포함해 모두 바지를 내리고 청주 쪽을 향해 시원하게 일을 봤다.

그 모습을 본 여학생들은 난리 난리였다. 청주서 무극으로 돌아오는 승합차 안, 모든 이야기는 상당산성에 선생님과 남자아이들의 오줌 빨 대결이었다.

변을 본 그 여학생도 신나게 같이 거들었다. 모두 `우리 선생님은 변태'라며 웃고 즐겼다. 학교에 와서 몇 주간 나는 변태교사였다. 학부모 몇 명도 부적절한 행동이었다고 전화로 항의했고 교장선생님께도 주의를 받았다.

그런데 아무도 상당산성 풀숲에서 큰일을 본 그 여학생에 대한 이야기나 놀림은 없었다. 그 여학생은 지금 어디선가 잘 살고 있을 것이다. 최소한 생리적 현상인 변보는 일로 인한 트라우마는 없을 것이다.

대구 버스 안 사건은 그 여학생에게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변보는 일로 인한 트라우마를 자연스럽게 극복 할 수 있도록 부모와 어른들은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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