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면
6월이면
  • 유현주<청주시립도서관 사서>
  • 승인 2017.06.27 20: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타임즈 포럼
▲ 유현주<청주시립도서관>

얼마 전 호국보훈의 달 6월을 맞이하여 TV 역사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전쟁박물관을 찾아가 `6. 25 한국전쟁'에 대하여 되짚어 주는 것을 보았다.

6. 25전쟁 중에 이 땅의 많은 군인과 민간인이 귀한 목숨을 잃었지만 그 중에서도 전투복이 아닌 교복에, 책 대신 총을 든 학도의용군! 고작 15세에서 18세의 소년들은 총 쏘는 법만 겨우 익힌 채 전선에 바로 투입되어 계급도 군번도 없이 용감하게 생명을 바쳐 싸웠고, 그렇게 수많은 이름 없는 소년들은 저 하늘의 별이 되었다.

학도의용군의 활약상이 두드러졌던 전투로는 영화 `포화속으로'의 배경이 되기도 했던 포항전투를 꼽을 수 있다.

1950년 8월 11일 압도적인 화력으로 무장한 연대 규모의 북한군이 거침없이 포항 시내로 진입한다. 당시 포항여중에 주둔하고 있던 학도병 71명은 스스로 2개 소대를 편성, 이날 새벽 4시부터 11시간 동안 북한군과 4차례에 걸친 치열한 교전을 벌인다. 학도병들의 이 같은 분투로 북한군의 포항 시내 진출이 지연됨으로써 20만 명이 넘는 피난민이 무사히 대피할 수 있었으며 후에 이어진 국군과 연합군의 반격에 크게 기여함은 물론 경찰·행정기관 등이 무사하게 안전지대로 철수할 수 있었다고 한다. 고작 71명의 어린 학생들이 무장한 몇 천 명을 상대로 한 이 슬프고도 위대한 전투에서 소년 48명이 전사하였는데 그 전사자들 중에 서울 동성중학교 3학년 이우근이라는 학도의용군이 있었다.

죽은 이우근학생의 옷에서는 미처 부치지 못한 어머니에게 쓴 편지가 발견된다.

`1950년 8월 10일 목요일 쾌청. 어머니!'라고 시작한 글을 읽으며 나는 당연히 다음 문장은 `보고 싶습니다~'가 이어질 줄 알았는데 전혀 예상을 깨는 문장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어머니! 나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그것도 돌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십 여 명은 될 것입니다.

저는 두 명의 특공대원과 함께 수류탄이라는 무서운 폭발 무기를 던져 일순간에 죽이고 말았습니다.

수류탄의 폭음은 저의 고막을 찢어놓고 말았습니다. 어머니 괴뢰군의 다리가 떨어져 나가고 너무나 가혹한 죽음이었습니다. 아무리 적이라지만 그들도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더욱이 같은 언어와 같은 피를 나눈 동족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고 무겁습니다. 어머니! 전쟁은 왜 해야 하나요? 어서 전쟁이 끝나고 `어머니이!'하고 부르며 어머니 품에 털썩 안기고 싶습니다. 저는 내복을 제 손으로 빨아 입었는데 저는 그 내복을 갈아입으면서 왜 수의를 문득 생각했는지 모릅니다.(중략)

어머니! 놈들이 다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다시 쓰겠습니다. 어머니! 안녕! 안녕!

아뿔사, 안녕이 아닙니다. 다시 쓸테니까요.”

긴 말이 필요 없이 이우근 학도의용군의 편지만 봐도 우리가 왜 전쟁을 하면 안 되는지를 잘 알 수 있다. 또한 당시 전쟁이 얼마나 처참했는가도 알 수 있다. 지금의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무서운 세상이었을 것이다.

더욱이 16살 까까머리 소년은 얼마나 감당하기 어려웠을까

거리에서 마주하는 군인들의 앳된 모습이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 두 번 다시 이 땅에서 전쟁의 기운이 감돌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마음 뜨거워지는 6월의 햇살 아래 자꾸만 고개가 숙여지는 건, 수많은 푸르른 넋 때문이다.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