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대학들, 뭉칠 수 있을까
지방 대학들, 뭉칠 수 있을까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7.06.27 2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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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김금란 부장(취재3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해방 이후 좌익과 우익으로 나뉘어 분열되고 있을 때 이승만 대통령이 국민의 단결을 호소하기 위해 썼던 말이다.

그런데 뭉쳐보니 싸움만 하고 정쟁만 생겨 현실적으론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사는 세상이 됐다.

그만큼 생각도 다르고, 위치도 다르고, 목표도 다르니 뭉치는 것 자체가 숙제다.

위기를 맞은 지방대학들은 뭉쳐야 살까? 아님 흩어져야 살까?

2011년 대학구조개혁평가가 시행되면서 지방 대학의 위기가 시작됐다. 수십 년 호시절을 누리다 보니 위기가 적응이 안된 것도 사실이다.

“교육부에 밉보인 게 있나”를 되짚어 보기도 했다. 자업자득임에도 불구하고.

대학구조개혁평가 시행 후 충북지역 소재 16개 대학 가운데 대학구조개혁평가에 포함되지 않은 대학은 손에 꼽힌다.

충북의 거점대학인 충북대까지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에 이름을 올린 경험이 있을 정도니 도내 다른 대학의 상황은 말하지 않아도 알만 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도내 대학들은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구성원들이 뭉쳐도 위기 극복이 쉽지 않은 상황에 모래알처럼 겉돌고 있어 하는 말이다.

3년 연속 정부재정지원제한 대학에 포함된 청주대는 대학구조개혁 이행실적 보고서 결과 발표에 따라 대학의 존폐를 걱정해야 한다. 교육부에 제출할 실적 보고서 마감이 오는 7월 4일로 학교 전체가 비상사태에 돌입했는데 이 대학 직원 노조 간부 12명은 해외로 간부 연수를 다녀왔다. 물론 해외연수를 갈 수도 있다. 그런데 왜 하필 이 시점에 전 직원 10%가 넘는 인원이 단체로 해외로 나갈 필요가 있었냐는 것이다. 오는 8월 말까지 대학을 걱정했다면 전 구성원은 속이 타들어가는 게 정상이다. 청주대를 바라보는 지역민들 속도 타들어가는 데 구성원들은 오죽 답답할까 걱정이 되는 마당에 참으로 아쉽다.

지난해 교육부 감사와 지난해 교원양성기관 평가에서 C등급을 받아 홍역을 치른 서원대학교는 손석민 총장이 구설수에 올랐다.

관사에서 아들 호화 생일 파티를 하면서 지역사회의 비난을 받았고 심지어 거주한 관사가 장모 명의 아파트라는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학교 구성원에게 사과까지 했다. 윗물이 맑지 않은데 학교 구성원에게 대학에 대한 자긍심을 요구할 수 있을까 싶다.

청주교대도 시끄럽다. 윤건영 총장은 110억 원의 수영장 건립 예산을 따왔는데도 욕을 먹고 있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윤 총장은 지난해 수십 번 정부 부처를 쫓아다니며 예산 확보에 나섰다. 삼고초려 끝에 예산 확보 소식을 들었고 자랑스럽게 학교로 돌아왔다. 윤 총장은 수영장 건립 부지를 두고 복병을 만날 줄은 꿈에도 모르고 학교 구성원들에게 칭찬받을 줄 알았다. 그러나 수영장 부지로 부설초를 결정하면서 학부모들은 반대에 나섰고, 급기야 수십명은 27일 항의 집회를 하기 위해 교육부로 향했다. 윤 총장은 예산을 따오고도 요즘 학교 갈등을 초래한 죄인이 됐다.

대학마다 크고 작은 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에서 충북지역 17개 대학이 상생을 위해 연합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나섰는 데 박수를 쳐주기도 망설여진다. 대학 내에서도 뭉쳐지지 않는 데, 대학끼리 뭉치기가 그리 말처럼 쉬울까 싶어서다.

위기의식을 총장만 느껴서도, 직원만 느껴서도 안된다. 교수들도 외딴섬처럼 겉돌아서도 안된다. 모든 구성원이 뭉쳐보자는 위기의식이 없는 한 공염불이 아닐까 싶다. 부디 충북에서는 부실대학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대학이 나오지 않았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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