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공간 - 길게 그린 쉼표
일상공간 - 길게 그린 쉼표
  • 안승현<청주공예비엔날레 팀장>
  • 승인 2017.06.27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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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알 고주알
▲ 안승현

10이다. 10이란 숫자만 보면 가슴이 뛴다. 요즘은 그저 숫자만 봐도 이래저래 가슴이 뛴다.

포스터에 새겨진 10회를 나타내는 숫자에서도, 개막을 알리는 D-day보드판의 숫자가 머리도 발도 뛰게 하고 입도 떨리게 한다.

1999년 1회 공예비엔날레를 17명의 청주시 공무원들이 시작한다. 공예분야로서는 세계최초로 개최되는 문화예술의 국제적 행사를 위해, 공모전에 많은 작가의 응모를 유도하기 위해, 산업관 참여부스의 유치를 위해 전국을 누비며 뛰었다.

대학을 다니며 생전 모르는 교수에게 손을 내밀어 인사를 청하고, 작가를 만나며, 행사의 성공을 위해 발바닥이 닳고 허리가 굽도록 말이다.

그렇게 시작한 공예비엔날레가 격년제로 이제 끝이라는 의미의 단 단위인 9를 넘어 다시 시작하는 10의 숫자를 맞이했다.

1999년 조화의 손이라는 주제로 32일간의 여정으로 시작된 비엔날레가 278일간 매회 60여개국 3,000여작가의 참여와 3,252,543명의 관람객이 공예로서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냈다.

행복한 시간의 밥상을 차리기 위해 296명의 스텝이 새로운 메뉴를 개발, 진지를 대접하기 위해 머리를 짜내고 오랜 시간 준비를 통해 만들어진 작품과 정성을 소반에 얹어 공예비엔날레를 찾은 시민들에게 내었다.

요즈음 세계적으로 순수미술과 디자인에서 공예적 감성과 가치를 지향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공예를 일상의 삶이라 하지만, 상위에서 누렸던 시대적 문화이며, 집약?축적된 기술과 오랜 숙성의 과정에서 얻어진 재료를 통해 만들어진 시대의 정수를 보여주는 결과이다. 일상의 삶이라는 것은 극대치의 문화가 다양한 변형을 통해 각자에 맞는 쓰임으로 자리하게 된 것이다.

또한 공예는 쓰임의 오브제로서만이 아니라 사람의 삶을 치유하고 질을 높이며, 함께 하는 융합의 방식으로 진화하기에, 고도의 산업화에 따른 삶의 질의 균형을 맞춤에 있어 공예를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 서울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청주는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우린 이미 9를 넘었다. 마지막, 끝이라는 의미의 단 단위를 넘어 다시 시작하는, 십의 자리수를 이끄는 숫자를 갖게 되었다. 10은 100으로 가는 숫자이고 다양한 합들의 일체를 갖는 그래서 전부를 이루는 수이다. 이 숫자만큼 커다란 의미의 것들이 조형적으로 의미를 갖춰 9월에 청주에서 펼쳐질 것이다.

1999년 17명의 청주시공무원들이 세워놓은 1이라는 기둥에 한줌 한줌의 흙을 켜켜이 쌓고 다져 단단한 바위를 만들었다. 이제 이 커다란 바위를 굴리며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편안함을 주는 자연의 높다란 하늘을 보여 줄 수는 없지만, 커다란 바위를 굴려 10이라는 숫자를 만들어주신 분들과 함께 하고 싶은 공간, 앞으로 또 하나의 커다란 바위를 함께 굴려 100이라는 숫자를 만들어줄 여러분들과 함께 하고픈 공간이 있다. 폭 9미터에 길이 165미터의 비밀정원이다.

처음 공예비엔날레의 터를 마련해준 스텝과 공예비엔날레를 지켜나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찾아주고 함께 만들어준 시민, 작가, 기자, 스텝들이 쉬어 갈 수 있는 긴 쉼표이다. 가수 신화뮤직비디오를 촬영으로 시작, 영화 불한당의 열기가 아직 식지 않은 비밀의 정원에서 삶의 느리고도, 긴 호흡을 하였으면 하는 것이다.

함께 만들어가는 비밀정원으로 정중히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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