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호 증평부군수의 아름다운 퇴장에 부쳐
김선호 증평부군수의 아름다운 퇴장에 부쳐
  • 김기원<편집위원>
  • 승인 2017.06.2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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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김기원

인생이 덧없이 가듯 공직 또한 덧없이 간다. 자신의 안위에만 급급한 삶을 살다가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이 허다하듯 자리보전에만 골몰하다가 직을 마감하는 공무원들 또한 허다하다. 그럼에도 인류평화와 문명발전을 위해 큰 족적을 남긴 인물들이 하늘의 별처럼 많거니와 나라와 지역발전을 위해 온몸을 불사른 공직자들도 수없이 많다.

그런 그들이 있어 세상은 아름답고 살만한 게 아니던가?

각설하고 금년은 이른바 58년 개띠 공무원들이 정부미에서 일반미로 바뀌는 해이다. 그 중 상반기 출생자들이 6월 말에 퇴직하는데, 김선호 증평부군수도 그 중 한 명이다. 그는 퇴임을 앞두고 펴낸 시조시집 `섬마섬마'의 출간기념회를 퇴임식과 겸해 지난 16일 증평군립도서관에서 열었다.

그를 아끼는 문인들은 물론 공직 선후배들과 지역주민들이 식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홍성열 증평군수와 임승빈 충북예총회장, 김경식 충북문화재단대표가 축사했고 필자도 축가로 기쁨과 아쉬움을 함께 했다. 국악인들의 재능기부와 김 부군수의 흥부가 판소리 한마당으로 문을 연 진행은 문화적 충격이라 할 만큼 파격적이고 신선해 공직사회는 물론 도내 문화예술계에 큰 울림을 주었다. 뿐만 아니라 참석자들이 낸 십시일반의 책값에다 자신의 정성을 보탠 1000만 원의 성금을 증평군장학회에 기탁해 지역언론과 군민들로부터 아름다운 퇴장이란 찬사를 받았다.

증평부군수로 고작 1년을 재직했을 뿐인데 공직자로서 결코 적지 않은 목돈을 군을 위해 쾌척했으니 박수받을 만하다. 김 부군수보다 계급도 높고 연봉도 많이 받는 충북도 행정·정무부지사들조차 이임할 때 입 싹 닦고 떠나는 게 다반사니 어찌 아니 그러랴.

아무튼 그는 떠날 때 뒷모습이 아름다운 공무원의 전형을 보여 주었다. 하여 그의 공직 35년이 덧없음이 아닌 보람과 자긍의 세월이었으리라 믿는다.`증평군 발전에 기여한 향기 그윽한 부군수로 오래 기억될 것'이라 한 홍성열 군수의 말처럼.

그랬다. 그는 충북이 낳은 자랑스러운 시조시인으로 딱딱한 행정문화에 멋과 여유를 입히기 위해 헌신했던 의지의 공무원이었다. 지방행정에 남아있는 일제 잔재와 범람하는 외래어를 막는데 앞장섰고, 필자와 의기투합해 권위적이고 틀에 박힌 표창장이나 위촉장 등의 문구를 부드럽고 아름답게 변환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으니 상찬받아 마땅하다.

김 부군수와 필자는 각별한 인연을 공유하고 있다.

운명처럼 시를 붙들고 사는 것은 물론 가난 때문에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말단인 9급으로 공직에 투신해 충주시 성내동사무소에서 초임근무를 했고, 충북도에 전입해 지방과 행정계에 함께 근무했으며, 문화예술인 충북도 문화예술과장으로 기능 하기도 했다. 또한 홀어머니를 모시고 산 것도, 술과 노래를 좋아하는 것은 물론 춤과 흥까지 닮아 있었다. 여기에 비슷한 시기에 등단해 등단축하회를 도청회의실에서 함께 했고, 도내 공무원문인들의 결사체인 행우문학회 회장직과, 출판기념회에 도우미 역할까지 주고받았으니 참으로 깊은 인연이 아닐 수 없다.

김 부군수는 온화한 성품과 깊은 공직 내공으로 주변에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던 다복한 공무원이었고, 바쁜 와중에도 창작을 게을리하지 않은 열정의 시인이었다. 4년 후배였으나 늘 선배 같은 의연함이 있었고, 선비적 풍모를 잃지 않았다.

그런 그가 증평군 부군수를 끝으로 인생 2막을 시작한다. 하여 그의 인생 2막이 흥부네 박처럼 대박나기를 축원한다. 하는 일마다, 쓰는 글마다, 노니는 곳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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