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반도를 흔들고 있는 건 女子
지금 한반도를 흔들고 있는 건 女子
  • 이은희<수필가>
  • 승인 2017.06.26 2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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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 이은희

나는 여자(女子)다. 손 타자기에서 컴퓨터로 넘어가는 기술 혁신의 시대와 IMF를 겪은 시대이다. 여성은 나이를 더 할수록 중성 남자에 가까워지는 경향이 있단다. 또한, 자리와 역할이 사람의 성향을 바꾸기도 한다. 학창시절엔 소심한 성향에 가까웠으나 사회 생활하며 외향성으로 바뀐 것 같다. 가정에선 들꽃과 책을 좋아하는 감성으로, 직장에선 목표를 이루고자 완벽주의 성향으로 흐른다. 특히 작가 활동하며 자신도 느끼지 못한 내 성향을 가족들이 말한다. 직장인과 주부의 모습이 다르단다.

고로 나의 이중성을 말한다. 썩 듣기 좋은 말은 아니다. 내 안에 나도 모르는 존재가 꿈틀거린다. 인생사 어찌 속을 다 보이고 살랴만, 삶에 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다는 게 내 철학이다. 지금껏 노력하지 않고 얻은 불로소득은 없다. 지금 난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다는 여성 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지난날 `여자'라는 이유로 눈물 젖은 밥을 먹은 것이 어디 한두 번이랴. 내 경험으론 한국 여성은 남성보다 몇 배 이상 노력을 해야만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다.

신문을 읽다가 `억척같은 여자'란 활자에 시선이 꽂힌다. 훤칠한 신장에 이목구비가 뚜렷한 여성들이다. 한 손에 가방을 들고 등허리를 꼿꼿이 펴고 걸어가는 모습이 열의에 차 있다. 주먹을 가볍게 쥐고 걷는 북한여성은 남성의 행군 못지않다. 평양 거리를 지나가는 여성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 한 장에 그들의 다부진 성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사람 연구'에 관심이 많은 박영자 연구원은 지금 북한을 흔드는 건, 여자(女子)란다. “남한 여성이 관계 맺기와 처세술에 뛰어나다면, 북한 여성은 경제적 위기 극복 능력이 더 탁월한 것 같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탈북민의 70% 이상이 여성이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하여 체제 변화의 활발한 주체가 남성이 아닌 여성이라니 놀라울 뿐이다. 문득 관상어가 떠오른다.

`코이'라는 물고기의 삶은 아주 특이하다. 같은 물고기지만 어항에서 기르면 피라미만 하게 자라고, 강물에 놓아두면 대어(大魚)로 자라는 신기한 물고기이다. 주변 환경에 따라 생각의 크기도 달라지고 엄청난 결과의 차이를 만든다. 코이가 인간의 세상을 반영한다. 장마당에서 팔을 걷어붙인 북한 여성들이 자기주장이 강하고 생활력이 억척같이 변한 건 아마도 환경 탓이리라. 하지만, 가정에선 또 그렇게 순종적일 수가 없단다. 마치 예전 우리네 어머니를 보는 것 같아 그리움의 물결이 출렁거린다.

요즘 남한은 두 여성 덕분에 뉴스매체가 조용할 날이 없다.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나왔으나 아쉽게도 임기도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한 상황이다. 여하튼 전통을 위시하는 한국에서 여성이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어마어마한 개혁이라 생각된다. 과거 남존여비니 여성차별이니 이런 말들을 무색하게 한다. 21세기는 직장이든 군대든 능력과 열정을 갖추고 있으면, 기업의 CEO도 될 수 있고 직장의 별도 달 수 있는 시대이다. 지금 한반도를 흔드는 건 여자이다. 북한 여성은 목숨을 부지하고자 죽음을 각오하고 탈북을 감행하고 있다. 제도와 환경 차이로 여성의 삶이 다르니 안타까울 뿐이다. 여자(女子)여, 지금 이 순간도 동족이 목숨을 걸고 휴전선을 넘고 있다. 그 상황을 떠올리면, 거울을 한 번 더 보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알리라. 시대를 바로 알고 사고하는 정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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