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장리 단상
석장리 단상
  • 공진희 기자
  • 승인 2017.06.26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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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 공진희 (진천주재)

충북 진천과 충남 공주에는 석장리가 있다.

한자표기(진천 石長理·공주 石莊理)는 다르지만 공교롭게도 두 곳에는 각각 구석기 시대와 철기 문명을 대표하는 유적지가 자리 잡고 있다.

충남 공주시 장기면에 있는 석장리 유적은 사적 제334호이며 남한에서 처음으로 구석기 시대 문화층의 존재가 확인된 곳이다.

1964~74년 10차례에 걸쳐 연세대학교 박물관이 발굴했고 1990년 봄에는 한국선사문화연구소가 발굴에 참여했다.

1990년 국도 36번 건설로 석장리 구석기 유적지 보존 문제가 대두하면서 99년 전시관을 건축했다.

이후 유물수집 등을 거쳐 2006년 9월 전시관에서 박물관으로 격을 높여 개관했다.

고대의 제철 유적지가 발견된 충북 진천 석장리 유적은 2002년 4월 26일 충청북도 기념물 제124호로 지정되었다.

국립청주박물관이 1994~1997년 4차례에 걸쳐 학술발굴을 하며 그 얼굴이 세상에 드러났다.

이곳에서는 원료에서 제품 생산까지 일련의 철 생산 공정을 보여주는 30여 기의 철 생산 관련 시설과 함께 취사 및 제사와 관련된 유구가 확인되었다.

한편 지난 5월 공주 석장리 구석기 박물관 일원에서 구석기 축제가 열렸다.

주먹도끼와 돌창 만들기, 미니 막집 만들기와 구석기 음식나라 등 체험 프로그램이 관광객들의 인기를 끌며 17만여 명이 축제를 즐겼다.

연천에서도 구석기 축제를 열어 `30만년 전 한반도에 가장 먼저 살았던 인류의 문화적 가치를 교육과 체험, 예술공연 등으로 다양하게 해석해냄으로써 역사·문화를 콘텐츠로 하는 축제의 모범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진천 석장리 고대 철 생산 유적은 한국에서 조사된 최초의 고대 철 생산 유적으로 인근의 삼룡리·산수리 요지와 함께 초기 백제의 생산 체제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유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에도 발굴 조사가 끝난 뒤 10여 년이 지나서야 이에 대한 학술 보고서가 작성되고 이 기간에 유적지 인근 도로 개설 등 개발행위가 이어지며 국가지정문화재 등록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말았다.

여기에 이 일대 토지가 대부분 사유지라는 점도 유적 이용방안을 마련하는 데 부담이 되고 있다.

이제는 도로가 뒤엉키고 흔적 찾기도 어려운 곳에 덩그러니 서 있는 안내판만이 다시 땅속으로 몸을 낮춘 주인을 지키고 있다.

공주 石莊理 후손들이 조상이 남겨준 유산을 자양분 삼아 문화 마케팅에 나서는 동안 진천 石長理에서는 뛰어난 제철기술을 일본으로 전해준 조상의 문화유산, 그 빛을 잃어 가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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