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역 침범
영역 침범
  • 임도순<수필가>
  • 승인 2017.06.25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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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 임도순

사통팔달로 쭉 뻗은 길이 시원하다. 산을 자르고 물길 위를 지나고, 다리발을 세워 허공에 길을 내는 험난한 공사로 만들어낸 결과다. 쉽고 빠르게 어디든 목적지에 가도록 도로는 잘 뚫어 놓았다고들 한다.

복잡한 교통망이 혼선을 주기도 하지만 주의를 기울이면 문제가 되지 않아, 빨리 빨리를 선호하는 우리 문화와 함께하며 활동 영역을 크게 변화시켰다.

도로망이 좋아져서 전국이 일일생활권이 되었지만 마냥 좋지만 않아 보인다.

인간의 편리에 따라 만들어진 도로는 자연을 훼손하고 야생동물의 활동에 제약을 준다.

잘려진 산허리에 잘 닦여진 길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접근을 방지하는 시설물이 설치되어 안전을 지켜주기도 하는데, 잘못하여 그곳을 통과하면 다시는 빠져나가기 힘든 장애물로 변한다.

도로 위에서 달리는 차량은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그곳을 탈출하려면 하늘이 도와주어야 한다. 곳곳에 야생동물 통행로가 있기는 하지만 겁에 질려 쫓기다 보면, 그곳으로 빠져나가려면 운이 따라야지 일부러 찾기란 쉽지 않다.

동물이 찻길에서 사고로 생을 마감한다. 자동차 운행이 늘어나면서 어디서든 볼 수 있는 현상이다. 과학 발달이 인간에게는 편리를 제공하고 활동 영역을 넓혀주지만 동물에게는 치명적인 무기와 같다. 연중 피해가 나오지만 오·유월이 가장 많다고 한다. 원인은 정확하지 않으나 날이 풀리면서 동물의 활동 범위가 넓어진 결과가 아닐까 싶다.

나는 매일 삼십 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출퇴근한다. 밝은 마음으로 달리는 차 안에서 라디오와 친구가 된다. 그런데 안타까운 모습이 마음에 상처를 준다.

매일 눈에 띄는 동물의 사체가 보통 두·세 군데에서 보인다. 달리는 차에 치인 결과는 참혹하기 짝이 없다. 흩어진 사체의 처참한 모습과 아스팔트에 혈흔이 남아있어 안타까움이 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가장 많은 동물은 고라니고 가끔은 고양이나 족제비가 보인다. 날짐승도 속도를 감내하지 못하거나 먹을거리에 정신이 팔려 생을 마감하였다.

사람에게는 편리를 주지만 그들에게 도로는 사지나 마찬가지다. 실수로라도 인간의 편리로 만들어 놓은 영역으로 침범했다간 그 값을 치르고 만다.

동물은 자기 영역 표시를 하고 지키려 한다. 정해진 구역을 벗어나면 불안이 싹트고 새로 개척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개체마다 일정한 지역을 대상으로 영역을 표시하며 침범을 막는다. 집단으로 모여 사는 동물은 자기 구역에서도 지킬 도리를 하며 기회를 엿보며 생활한다.

영역을 알리는 방법도 다양하다. 개, 여우 늑대는 오줌으로 하고 노루는 뿔로 나무에 생채기를 내며, 멧돼지는 땅을 파서 표시한다. 영역 표시를 하면 싸움거리가 될 수도 있고 갈등을 해소하는 방안도 된다. 그들이 만들어 놓은 영역을 강제로 파괴하여 문제가 발생한다.

야생 동물 영역을 지켜줄 방법은 없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을 하기 전에 미리 예측·평가하고 환경보전방안을 마련하도록 하는 환경영향평가가 있다.

개발로 인간의 욕심을 채우기보다는 영역 침범을 최소화하며 함께 살아감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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