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전시관, 행정절차 밟아야
청주전시관, 행정절차 밟아야
  • 이형모 기자
  • 승인 2017.06.25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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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형모 취재1팀장(부국장)

충북도가 기업의 제품 전시·판매나 엑스포 개최 등의 장소로 활용하기 위해 청주시와 공동 추진하는 청주전시관 건립 사업이 도의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해당 상임위를 통과한 청주전시관 부지매입비 50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예산이 삭감되면서 청주전시관 건립은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충북도의회는 청주전시관 건립에 대해 2개 상임위가 엇박자를 냈다. 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는 도가 제출한 청주전시관 예정지 매입 등을 위한 공유재산관리계획을 부결했다. 행정문화위원회는 “500억원이 투자되는 사업은 행정자치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투·융자 심사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런 절차를 밟지 않았고, 대규모 사업 승인을 위한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반면 건설소방위는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편성된 청주전시관 건립비 50억원을 승인했다. 그러나 이 예산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전액 삭감되는 수모를 당했다. 결국 청주전시관 건립 사업은 부지매입 계획 부결, 사업예산의 승인과 삭감 등의 논란을 빚은 끝에 이번 정례회에서 도의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충북도가 청주전시관 건립에 나선 배경은 최근 전시박람회 등 마이스(MICE·기업회의·전시사업·국제회의)산업이 주목받고 있지만 충북에만 컨벤션센터가 없다는 게 명분이었다. 전국에서 컨벤션센터가 없는 곳은 충북이 유일하다. 아울러 KTX오송역 활성화라는 의미도 담겼다.

이번 도의회의 부지매입비 삭감은 충북도 책임이 크다. 1400억원이나 들어가는 전시관을 짓겠다면서도 행정자치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는 물론 투·융자 심사조차 받지 않아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

지방재정투자사업 심사규칙은 총 사업비 500억원 이상의 사업은 행정자치부의 타당성 조사를, 200억원 이상 사업은 투·융자심사를 각각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충북도는 이런 행정절차를 거치지 않고 땅을 사겠다고 예산을 먼저 요구해 논란을 일으켰다.

집행부는 예결위에서 “청주전시관 건립 부지를 최근 확정했기 때문에 부지 매입을 위한 공유재산관리계획 변경안과 예산안을 동시에 제출했다. 오송 지역 땅값 상승과 충청지역 전시관 총량제 등에 막혀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 무리수를 둔 것”이라고 설명해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도의회 예결위에서 예산을 삭감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사전 절차를 이행하지 않아 문제가 있는 예산을 도의회가 묵인했다면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절차상 문제에 대한 의견은 이시종 지사와 같은 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민주당의 한 도의원은 “같은 당 지사이지만 절차에 문제가 있는 예산을 승인하는 것은 도의회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도의원 설득에도 문제가 있었다. 해당 상임위 도의원들조차 부지를 가보지 못했다는 것은 도의 큰 실책이다. 도의회를 경시했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은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속도를 위반'하고 싶어도 의회가 버티고 있다. 일단 던져놓고 안되면 몇몇 의원을 설득하겠다는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 이번 예산 삭감을 경제조사특위 조사계획서에 대해 재의를 요구한 집행부에 대한 도의회의 분풀이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이는 옳지 않다. 도의회의 집행부 견제 기능이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합당한 행정절차를 밟은 뒤 다시 예산 승인을 요구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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