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내리는 비는 낮의 온기를 닮았으면 한다
이제 내리는 비는 낮의 온기를 닮았으면 한다
  • 장갑순<서산시의회 산업건설위원장>
  • 승인 2017.06.22 20: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열린광장
▲ 장갑순

지금 저 절절 타는 해를 겹겹이 덮고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는 이가 너무도 많다. 깡마른 대지를 딛고 서 있는 농민의 마음. 그것을 이해 하노라는 말을 하기엔 그 수심이 너무 깊고 크기에 차마 속 시원히 내뱉지 못하고 입가에서만 맴돌 뿐이다.

살다보면 어찌할 수 없는 일, 도저히 손쓸 수 없는 일이 있기는 한가보다. 자연이 허락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 그것을 위해 하늘에 빌어보고, 떼써보고, 심지어 미약하나마 과학의 힘을 빌리기도 하지만, 이마저도 역부족이기에 하릴 없이 하늘만 째려본다.

지금이야 이 정도지, 예전 같으면 왕의 덕(德이) 부족하니 자리를 내놓으라는 상소가 빗발쳤을 터. 가뭄에 대한 조정의 책임은 예전에 비해 지금이 너그러운 듯싶다.

`역사의 폭군' 가뭄의 또 다른 표현이다. 가뭄으로 인한 흉흉한 사회적 기록들이 우리의 역사에 그대로 남아 있어서다.

고려사와 증보문헌비고에는 가뭄이 발생한 해는 395년간 127회이며, 고려 멸망기인 1376년부터 17년간 가뭄이 10회나 됐다고 한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몇 년간 가뭄이 되풀이 되고 있고, 최근 몇 달째 가뭄이 한반도를 궁지로 내몰고 있다. 이젠 더 이상 물러 설 곳이 없는데도 무심한 하늘은 더 버티고 인내하라 한다. 가뭄이 어제 오늘 일도 아닌 것을 왜 항상 앉아서 당한고만 있는가?

동일한 상황의 다른 인식이 문제다. 인식은 행동으로 실현되고 그러한 행동이 사회를 변화시킨다. 변화의 정점을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그것이 구지 생활에 큰 변화를 일으키지 않았고, 나에게 큰 이익이 되지 않았어도 우리 모두를 위한 행동이었다.

가뭄에 대한 상황 인식이 너무 다르다. 농민들의 혈압지수는 높아만 가는데 이를 낮출만한 정부 대책은 찾기 힘들다. 미적지근한 대책으로는 성난 농심(農心)을 식혀주기에 역부족이다.

가뭄 극복은 우리 모두의 일이다. 그렇기에 시민 모두가 다 같이 걱정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당장 피부에 와 닿지 않기에 무심히 흘린 물은 단 몇 푼으로 지불하는 경제적 댓가가 아니다. 노랗게 마른 작물과 맨살을 드러낸 논바닥에 생기를 불어 넣는 가치를 무심코 흘려버린 것이다.

필자가 사는 지역에는 대산 5사(현대오일뱅크, 한화토탈, LG화학, 롯데케미칼, KCC)가 있다. 농민들이 가뭄과의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가뭄 극복을 위해 함께해준 대산 5사에 고마움을 전한다.

내리는 비는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인 밤을 닳았다지만, 이제 내릴 비는 우리 모두가 함께 하는 낮의 온기를 닮았으면 한다. 시민 모두가 바라는 소망을 닮았으면 싶다. 그래서 이 뜨거움을 함께 이겨내고, 시원하고 상쾌한 대기를 마음껏 호흡했으면 한다.

농민의 한 사람인 필자는 젖은 흙냄새가 그립다. 농민이라면 한번쯤 느껴봤을 물빛의 싱그러움 또한 그립다. 비에 젖은 흙의 말랑거림을 언제쯤 느낄 수 있을까?

흙먼지처럼 제각각 흩어지지 않고, 수분을 머금은 흙의 엉킴이 우리 서산시에도 필요하다. 서로를 걱정하는 마음 하나하나가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생활 속 물 절약 실천은 그래서 중요하다. 중요한 일은 혼자 하는 게 아니다. 같이하고 함께해야 빛이 난다. 시민 모두 그랬으면 좋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