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청렴’
모두의 ‘청렴’
  • 지현지<청주시 서원구청 건축과 주무관>
  • 승인 2017.06.21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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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현지

과거 고려, 조선 시대에는 청렴, 근검, 도덕 등의 덕목을 겸비한 관리들에게 `청백리(淸白吏)'라는 호칭을 부여했다. 맹사성, 황희, 박수량 등 그 시대의 대표적인 성인들이 청백리의 호칭을 부여받았고 지금도 많은 사람이 청렴이라는 이미지를 생각할 때 고고한 관리였던 이들을 떠올리곤 한다. 이런 연상의 발로인지 몰라도 사람들은 청렴을 관리들에게나 통용되는, 일상과는 동떨어진 가치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청렴이 관리, 즉 지금의 공직자들에게만 필요한 가치라는 생각은 최근에 더욱 굳어지는 듯하다. 지난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청탁 금지법'이 시행된 이후로 공직자들의 청렴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어떤 상황에서 식사를 같이할 수 있는가, 어느 정도까지 선물을 줘도 되는가? 등등 법의 해석에 대한 논쟁이 이뤄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 대중들의 많은 관심을 끌게 되면서 청렴을 강조하기 위한 법 제정이 오히려 청렴은 공직자와 관련된 영역에서만 실천되면 된다는 풍조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 과연 청렴은 우리의 일상과는 상관없이 공직자들에게만 강조돼야 하는 `그들만의 덕목'에 불과한 것일까.

최근 언론에서 자주 다뤄지는 것처럼 기업의 경영권 승계와 정경유착 등 사회 전반적으로 부정부패와 비리가 만연해 있다. 지난 1월에 발표된 `2016년 국가별 부패지수(CPI, 국가 청렴도)'에서 대한민국의 국가 청렴도는 176개국 중 52위로 역대 최하위를 기록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런 세태로 봤을 때 청렴을 공직자에게만 강조하는 것은 마치 병든 나무의 가지만 잘라내는 미봉책에 불과한 것처럼 보인다. 청렴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공직자들의 청렴은 필수요소지만 시민(민원인)들의 노력 없이는 반쪽짜리 청렴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청렴을 모두의 것으로 어떻게 확장해 볼 수 있을까. 청렴하다는 뜻은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다'라는 의미이다. 사실 우리는 이 같은 청렴을 실천할 수많은 기회에 노출돼 살고 있다. 뇌물수수금지라든가 정경유착금지 등의 거창한(?) 일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 교통법규를 준수하고 쓰레기를 정해진 곳에 버리는 사소한 일들도 청렴을 실천하는 일이다. 우리 청주시에서 강조하는 3대 시민운동인 도덕성 회복 운동, 아이도 시민운동, 교통질서 지키기 운동 등이 결국에는 큰 틀의 `시민 청렴 운동'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염원하는 공정한 사회로의 출발은 모두가 청렴을 지켜나갈 때 시작된다. 그러기 위해 청렴을 공적 영역에서만 실현되면 그만인 가치로 볼 게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부터 실행해나가야 하는 `시민적 규범'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은 청렴한 사회의 씨앗을 심는 일과도 같다. 예를 들어 모든 시민이 사소한 일에서부터 청렴함을 지켜나간다면 공직자는 더욱 그 가치를 마음 깊이 새기고 실천할 것이며 공직자가 아닌 사람은 부정한 청탁을 하지 않고 행정의 투명성에 대해 신뢰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인식의 전환으로 씨앗을 심고 실천이라는 양분으로 가꿔나간다면 청렴이라는 나무를 키울 수 있다. 나아가 그 하나하나의 나무들이 모여 결국에는 청렴의 숲, 공정한 사회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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