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인재풀 제대로 활용되고 있는지
국가 인재풀 제대로 활용되고 있는지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7.06.19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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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재경 국장(천안)

어쨌거나 `스타일'은 이미 잔뜩 구겼다. 애써 고른 장관급 후보자들이지만 너나 할 것 없이 골고루 `결함'이 발견되면서 청와대가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낙마가 가장 쓰라리다. 새 정부의 제1과제인 검찰 개혁을 완성할 적임자로 꼽은 후보였는데 최악의 후보자를 냈다가 망신살만 뻗친 셈이 됐다.

후보 사퇴 과정도 매끄럽지 않아 여론의 비난을 받았다. 안 후보자의 몰래 혼인 신고 사실이 알려진 것은 지난 13일. 여론이 빗발쳤는데도 청와대는 안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결과를 지켜보자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고, 안 후보자는 16일 해명 기자회견을 하면서 청문회의 검증을 받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하루를 넘기지 못했다. 여론이 생각보다 심각하게 악화한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청와대가 안 후보자에게 사퇴를 종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루 뒤 강경화 외교부장관을 임명하는 데 걸림돌이 될 것으로 판단한 듯 싶다.

안 후보자는 1975년 고향인 경남 밀양군에서 5살 연하 여성의 동의 없이 혼인신고서를 접수했다가 이를 안 당사자가 법원에 혼인 무효 소송을 내 패소했다. 공소 시효는 지났지만 형법상 사인 등의 위조, 부정 사용과 공정 증서 원본 등의 부실 기재 혐의가 적용돼 당시에도 구속 수사를 받을 정도의 사안이었다.

(다른 결격사유도 있지만 차치하고) 법을 어긴 전력이 있는 법무부장관 후보자. 더구나 그 정도가 사회 통념상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었기에 결국 청와대도 두 손을 들었다.

안경환 후보자를 버린 청와대가 18일 전격 강경화 외교부장관을 임명했다. 우호적인 여론도 의식했겠지만 중요한 카드 한 장을 포기했으니 이건 양보해 줄 수 있지 않느냐는 자신감도 작용했으리라.

하지만,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당장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19일 국회 상임위원회가 모두 파행됐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의 청문회 일정을 정하려던 교육문화관광체육위가 연기됐으며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하려던 국토교통위도 취소됐다. 조대엽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 환경부장관 후보 청문회 일정을 논의할 환경노동위 역시 연기됐다. 강경화 장관 임명에 대한 야당의 반발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강 장관에 대한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안경환 후보자의 낙마와 관련한 언급을 했다. “목표 의식을 앞세우다 보니 검증에 약간 안이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후보자를 제대로 선정하지 못한 민정수석실에 대한 질타와 함께 앞으로 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추천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궁금한 것은 우리 정부의 인재풀이 제대로 활용되고 있느냐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유능한 인재의 확보를 위해) 십고초려는 물론 인사혁신처의 국가인재 DB까지 활용해 사람을 쓰겠다'고 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금 입각 후보자들의 면면을 보면 시장, 군수 깜냥도 안 되는 이들이 눈에 띈다. `내 주변의 우리 사람'만을 쓰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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