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발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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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1.2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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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빈아~ 상혁아~ 고마워"
장 영 란<증평초등학교 병설유치원 교사>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도 교육청 시책인 '고사리 손 장보기' 체험활동에 우리 유치원 꼬맹이 친구들도 동참하였다.

"내일은 시장으로 선생님과 함께 장을 보러 갈 거예요.

오늘 집에 돌아가서 엄마, 아빠와 무엇을 살 것인지 잘 생각해 오세요.

우리 반 친구들 모두에게 1000원씩을 나누어 줄 거예요."

여기저기서 기쁨의 함성이 터져나오고 교실 안은 아이들이 서로 사고 싶은 물건들을 말하느라 어느새 시장에 온 듯 시끌벅적하였다.

다음날 고사리 손에 쥐어 준 1000원을 잃어버린다고 접고 또 접어 깊숙한 주머니에 넣고 있는 수빈이, 마음이 불안하여 손에 땀이 나도록 꼬옥 쥐고 있는 영빈이, 또 어디서 보았는지 양말 속에 집어넣는 우스꽝스런 모습까지 연출을 하고 씩씩한 발걸음을 시장으로 향하였다.

떠들썩한 재래시장 모습에 아이들은 벌써부터 여기저기 살피느라 정신이 없는 듯하였다.

꿀떡 한 팩 2000원, 시금치 한 바구니 2000원, 고등어 한 마리 3000원. 그런데 막상 1000원을 들고 물건을 사려고 하니 마땅히 고를 수 있는 물건들이 없나보다. 시장 안을 몇 바퀴째 돌고만 있다.

인심 좋은 넉넉한 상인들 덕분으로 먹음직스런 유혹에 넘어가 닭 꼬치를 산 재욱이, 엄마가 꽃을 좋아해 장미화분을 들고 있는 원모, 우리 엄마 요리 짱은 김치라고 커다란 배추를 산 주은이.

아이들 손에 물건이 들리기 시작했다.

고사리 손으로 시장을 보러 온 아이들의 고마운 마음에 커다란 배추를 아까운줄 모르고 1000원에 주신 채소 가게 아저씨의 넉넉한 마음을 뒤로하고 다시 유치원으로 발걸음을 향하였다.

미래의 재래시장 고객인 꼬맹이 친구들끼리 종알종알 이야기를 하며 한참을 걷고 있는데, 가슴 한가득 배추를 안고 오던 주은이가 더 이상은 못 걷겠다고 주저앉는 난감한 일이 벌어졌다.

주은아! 이리 가져와. 선생님이 들고 갈게."

"선생님! 선생님 것도 무겁잖아요. 상혁이랑 제가 들어 줄게요."

"너희들 것도 무거울 텐데…."

"괜찮아요. 이 정도 배추쯤이야."

어른스런 모습으로 내 손에 들려 있는 배추를 낚아채듯 양쪽으로 집어 든다. 순간 가슴이 뭉클해지며 어느새 내 목소리에선 감동이 묻어났다.

"성빈아, 상혁아, 고마워. 와~ 우리 성빈이, 상혁이 정말 짱이다~."

마음 착한 성빈이랑 상혁이가 무거운 배추를 끙끙거리며 들고 오는 감동적인 모습을 아이들과 함께 한참 동안 바라보며 '고사리 손 장보기' 체험활동은 끝맺음을 맺었다.

어른들도 힘든 친구의 어려움을 함께 나눌줄 아는 따뜻한 마음씨는 물론 나를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신기한 마술 능력까지 갖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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