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하여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하여
  • 박영애<대한민국전몰군경미망인회 충북도지부 사무국
  • 승인 2017.06.15 19: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열린광장
▲ 박영애<대한민국전몰군경미망인회 충북도지부 사무국장>

아, 이 푸른 하늘 아래 우리가 산다는 것은 죄인이며 고통입니다. 우리들의 남편이자 가신님들은 누구를 위하여 가셨는지요? 젊디젊어 가녀린 몸 다 피지도 못한 꽃봉오리 꽃다운 나이에 어린것들 두고서….

이 나라 지키고자 젊은 날에 가야 했고 지금 이 순간도 전쟁의 상흔으로 고통으로 살다 하늘나라로 가고 있습니다. 남겨진 우리는 임들을 생각하며 오늘도 소리없이 흐느낍니다.

어린것들 품에 안고 울며 가장이 되어야 했던 우리 미망인. 차디찬 세상살이에 자식들 먹이고 입히려고 험한 일 마다치 않고 몸 부서지게 일하며 살아온 우리 미망인들. 내 작은 몸 하나 돌 볼 수조차 없었습니다.

남겨진 님들의 핏줄이 버릇없다 욕먹을까 두려워 바른길로 가라고 회초리도 들었습니다. 세파에 시달리면서 눈물겨운 삶을 사는 우리 미망인들 임들은 보고 계시는지요? 사는 게 너무나 힘들고 서러워 하늘을 원망하며 땅을 치고 통곡한 적이 얼마나 많았는지….

남편을 내 나라에 바치고도 과부라 비웃을까, 업신여길까 두려워 밤잠을 설치면서도 아이들 챙기며 일터로 나가야 했습니다. 그 귀한 목숨 왜? 임들은 가야 했습니까? 누구를 위하여….

임들이 흘린 피는 이 나라를 지켜주었지만 남은 우리와 자식들은 너무나 외롭고 서러웠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살아야 했습니다. 임들의 애국 혼을 받들어 아이들과 이 나라를 위해 열심히 살겠습니다.

소리없이 울고 울었던 지난날 가난의 고통을 이겨내며 많은 세월 넘고 나니 젊디 젊은 여자의 몸 온데간데없고 늙어버린 이 몸 세월의 흔적만 남았습니다.

이젠 힘마저 빠져버린 우리 미망인들 자나깨나 나라 위해 자식들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가고 없는 남편들을 향해서 수없이 원망도 했었지만 운명이라 생각하며 받아 드리고 이 날까지 온 것입니다. 더는 울지 않겠습니다. 이 나라를 위해 우린 가장도 내주었고 아니 국가에 남편도 받쳤습니다. 그러기에 하늘이 허락하는 날까지 지금의 자리에서 조용히 내 조국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6월이 되면 더욱 그립고 보고 싶어도 가고 없는 임들. 소리 없는 흐느낌으로 오늘도 내일도 그리워하며 살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