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와 도의회는 꼼수 예산 편성을 중단하라
충북도와 도의회는 꼼수 예산 편성을 중단하라
  • 임성재<칼럼니스트>
  • 승인 2017.06.15 19: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말논단
▲ 임성재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이 적폐청산이다.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만연해있는 비상식적이고 불합리한 일들을 찾아내 하나하나 바로 잡아가고 있다. 그동안 특권과 특혜를 누려온 야권의 반발과 심한 견제에도 대통령이 흔들림 없이 자신의 정책을 추진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은 환호하고 있다.

특히 청와대나 국가권력기관 등에서 영수증 처리 없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특수 활동비'를 청와대부터 줄여 국민복지에 쓰겠다는 선언은 감동을 주기까지 했다. 그래서인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82%에 이른다. 대통령 선거에서 얻은 득표율 41%의 두 배가 넘는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우리 사회에 쌓여온 적폐청산을 염원하는 국민의 의지의 표현이다.

그런데 충청북도와 충북도의회는 새 정부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비웃기라도 하듯 새 정부의 적폐청산 정책에 역행하고 있다. 국민의 세금을 주머니 쌈짓돈처럼 쓴다는 비판을 받아 2014년에 도의회 스스로도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던 `의원재량사업비'를 부활한 것이다. 그것도 합당한 절차를 가장한 꼼수를 동원해서 말이다.

의원재량사업비는 지자체별로 다르긴 하지만 년간 의원 1인당 2억 원부터 많게는 4억여 원까지 예산을 배정받아 임의로 써왔던 `선심성 예산'이다. 지난 2011년 감사원은 지방의원 재량사업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폐지를 권고했다. 이후 대부분의 지자체는 의원 재량사업비를 폐지했다. 그러나 충북도의회는 유독 폐지선언도 제일 늦게 하더니 얼마 가지도 않아 편법으로 재량사업비를 부활시켜 쓰고 있는 것이다.

충북도는 올 추경예산안에 도의원들이 요청한 지역구 소규모 사업 예산을 대거 반영했다. 용도는 경로당을 비롯한 노인 여가시설, 소규모 공공시설 개선 사업 등인데, `의원 관심사업'으로 각 시군이 요청하면 도가 이를 수용해 예산을 편성해주는 방식이다. 의원 1인당 평균 2억 원씩 배정됐다는데, 의원이 직접 요구한 것이 아니라는 절차만 다를 뿐 폐지된 재량사업비가 그대로 부활한 셈이다.

선심성 재량예산이라는 비판과 사전 선거운동이라고 해석될 만한 선거법상의 문제점 등이 있는데도 도의원들이 재량사업비에 매달리는 것은 4년간 10억 원이 넘는 국민의 세금을 지역구에서 맘대로 쓸 수 있다는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새 정부와 함께 적폐청산에 나서야 할 대통령과 같은 정당의 도지사와 도의원들조차 이런 꼼수 적폐에 들러리 서고 있다는 데 있다. 자유한국당이 다수당인 충북도의회의 구성상 이시종 지사가 도의회의 심한 견제를 받는 것은 사실이다. 최근에도 지역의 현안을 두고 도의회와 건건이 부딪치는 모습은 안쓰러울 정도다. 그렇다 하더라도 도지사 스스로 편성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재량사업비 예산을 꼼수로 편성해주면서 도의회를 무마하려 한다고 도민들에게 오해를 받는 모습은 처량하기까지 하다. 올바른 일이라면 소신 있게 밀고 나가면서 의회와도 당당하게 맞서나갈 때 도민들은 더 큰 신뢰를 보낼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충북도의원들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도의회의 재량사업비에 대한 비판여론이 불거질 때마다 자유한국당 소속 도의원들에게 비난이 집중됐다. 실제로 다수당인 그들의 의사와 요구에 따라 정책이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국정운영을 책임진 정당의 도의원으로서 적폐로 비난받는 재량사업비의 폐지를 적극적으로 주장한다거나 나는 국민의 세금을 허투루 쓰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의원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이번에도 슬그머니 과실을 따 먹는데 동참한 꼴이다.

대통령은 적폐청산에 나서고, 법으로 보장된 특수 활동비를 줄여 국민복지에 쓰겠다고 선언하는 마당에 같은 당의 도지사와 도의원들이 불법요소가 많은 의원 재량사업비를 꼼수 편성하며 도민을 기만하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 충북도와 충북도의회는 당장 재량사업비의 편성과 집행을 중지하고 올바르고 당당한 도정에 나서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