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흥망성쇠와 개망초
나라의 흥망성쇠와 개망초
  • 우래제 교사 (청주 원봉중)
  • 승인 2017.06.14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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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 우래제 교사 (청주 원봉중)

일찍부터 푹푹 찌는 여름의 길목에 온달산성을 찾았다. 높지도 않고 크지도 않은 자그마한 산성에 오르니 굽이치는 남한강과 단양의 작은 고을 영춘 지방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언제 누가 쌓았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삼국시대 세 나라가 각축을 벌이던 곳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온달 장군이 이곳에서 전사하였다 하여 온달산성이라고 하는데 조그만 산성에 삼국의 군사들 함성이 담겨 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산성 안에는 발굴 작업이 한창이고 개망초 꽃만 무성하게 피어 있다. 나라가 망할 때 들어온 풀이라고 망초라고 했다는데 이 작은 풀이 나라의 흥망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망초는 북미 원산으로 철도공사용 침목에 씨가 붙어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일제는 한반도의 수탈과 강점을 위해 철도를 놓기 시작했는데, 때맞추어 논과 밭에 전에 보지 못하던 이상한 풀이 번성하자 일본이 나라를 망치게 하려고 그 풀을 퍼트리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풀을 나라를 망하게 하는 풀이라고 해서 망국초(亡國草)라고 불렀고 그것이 변형되어 망초가 되었다는 것이다.

망초는 많은 씨 덕분에 번식력이 강하지만 씨가 생기기 전에 낫으로 쳐내면 쉽게 제거할 수 있다. 그럼에도 망국초라고 부른 이유는 무엇일까? 일제에 대한 분노가 애꿎은 망초로 전이되어 농민들의 화풀이 대상이 된 것이 아닐까? 낫을 휘두르며 이놈의 망초들(이놈의 왜놈들)을 외치며 망국의 설움을 달래지 않았을까?

망초와 비슷한 종으로 구름국화, 민망초, 개망초, 남부와 제주도에 자생하는 실망초 등이 있으며 민망초의 변종으로 산민 망초가 있다. 그 밖에 설상화가 연한 갈색을 띠고 제주도에 자생하는 큰망초, 대구, 서울, 포천 등지에서 발견된 봄망초(대구 망초), 주걱 개망초 등 여러 종으로 나누기도 한다. 쥐꼬리망초는 망초와 다른 쥐꼬리망초과에 속한다.

개망초는 망초에 비해 꽃이 더 크고 분홍색이 돌며 예쁜 편이다. `개'라는 접두사는 기본종에 비해 품질이 낮거나 모양이 다른 것들에게 붙어 `무엇보다 못한'이란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왜 더 예쁜 개망초에 `개'자가 붙었을까? 나라를 망하게 한 꽃이 예쁘면 얼마나 예쁘겠냐는 우리 선조의 분노에서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망초와 달리 개망초는 원예용으로 `핑크 플리베인'이라는 멋진 이름으로 도입된 것이 야생으로 된 것이다.

꽃이 계란을 닮았다고 해서 계란꽃이라고 하는 개망초는 미국의 흑인들에게도 아픈 사연이 있다. 아프리카에서 강제로 미국으로 끌려와 비참한 노예생활을 했던 흑인들의 꽃으로, 고향을 잊지 못하는 아프리카 노예들의 기구한 운명을 상징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 어떻게 들어왔던 망초와 개망초는 이제 어엿한 나물로 인정받고 있다. 특별한 맛은 없어도 독이 없어 어린잎은 된장국에도 넣어 먹기도 하고 말려서 묵나물로 이용되고 있다. 별로 먹어볼 기회가 없었는데 망초 묵나물 한번 먹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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