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 정선옥<충북중앙도서관 사서>
  • 승인 2017.06.12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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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 정선옥

도서관에 소규모 독서모임이 꾸려졌다. 부지런한 후배가 일을 벌였다. 우리는 한 달에 한 번 책을 읽고 토론한다. 최근에 공지영의 신작`할머니는 죽지 않는다(해냄)'가 토론 도서였다. 젊은 후배는“이 책 어려워요.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가 뭘 의미하는지 모르겠어요”라고 한다. 나는 마치 작가를 대변하듯 이 책의 키워드는 공감, 연민, 희망이다. 할머니의 의미는 현시대를 풍자한 것으로 부에 대한 일그러진 욕망과 생명 연장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13년 만에 공지영의 소설이 새롭게 출간했다. 이상문학상, 한국소설문학상 등 그동안 지면에 발표했던 단편 소설 모음집이다.

두 아이가 어릴 때, 내가 멀리 출장 가면 아이들은 어김없이 아팠다. 제주의 푸른 바다를 만끽하거나, 유럽의 고풍스러운 도서관을 보며 자유를 누리려는 마음일 때 그랬다. 아이를 봐주는 시어머니와 남편을 원망했고 하필이면 그때 아픈 아이를 원망했다.

소설의 첫 글은`월춘장구'다. 봄 길을 걸어갈 때 필요한 장비를 의미한다. “거기에 가고 싶다고 늘 생각하지만 나는 여기 있을 뿐이었다.”라는 작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지인과 여행을 떠났던 저자는 아이가 아프다는 전화에 한밤중에 지리산부터 서울까지 버스를 타고 한걸음에 달려온다. 월춘장구는 쓰기, 읽기, 웃기, 기도하기라는 말로 아쉬움을 대신한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한`할머니는 죽지 않는다'는 평생을 억척스럽게 돈만 좇은 할머니와 유산에만 관심 있는 가족을 둘러싼 이야기다. 주인공 나는`가진 것은 돈밖에 없다! 라는 농담이 어쩌면 돈 말고는 그렇게 아무것도 가진 게 없을 수가!'라는 뜻에서 파생되었다고 생각한다. 할머니는 다른 사람의 죽음을 통해 목숨을 연명하는 다소 섬뜩한 소설이지만 주인공`나'를 통해 희망을 본다.

두 자매이야기 `부활 무렵'은 어려서부터 가난에 찌든 자매는 결혼 후에도 파출부를 하며 살아간다. 주인집 명품 핸드백을 훔쳐 경찰서에 간 동생 정례를 찾아가는 언니 순례. 다행히 그녀는 깜깜한 밤에 보이는 한 줄기 별빛을 보는 눈을 가졌다.

소설에 작가의 개인적 현실을 녹여내 자칫 자전소설인가 하는 의구심을 갖는다. 저자는 소설을 통해 상처를 아무렇지도 않은 척 털어놓고 살아갈 힘을 얻는다. 책을 읽으며 공감하고 위로 받았다.

삶이 한 달 남았을 때 글을 쓰겠다는 작가는 글쓰기를 통해 힘듦을 이겨냈다. 우리는 힘들 때 어떻게 이겨낼까를 주제로 토론했다. 나는 힘들 때 책을 읽으며 타인의 삶을 통해 내 삶을 반추한다. 소설 읽는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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