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항쟁과 촛불혁명
6월 항쟁과 촛불혁명
  • 김기원<편집위원>
  • 승인 2017.06.1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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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김기원

`기억과 다짐'을 주제로 한 `6·10 민주항쟁 30주년 기념식'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렸다. 고 이한열 열사의 장례식이 열렸던 광장에서 처음 개최된 이번 기념식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여·야 정치권과 민주화운동유가족회·6월항쟁계승사업회·사월혁명회 등 민주화운동단체와 여성·노동단체 등 시민사회단체가 대거 참석해 세상이 달라졌음을 실감케 했다.

의거 20주년이 된 2007년에 국가 기념일로 지정된 후 현직 대통령이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두 번째였고, 박종철·이한열 열사 외에도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황보영국·이태춘 열사 등을 재조명하고 추념한 뜻 깊은 행사였다. 부산·광주·청주 등 지방도시에서도 지역별 기념식을 개최하고 전시회·문화제 등 시민과 함께하는 다양한 행사를 열어 의미를 더했다. 이른바 최루탄세대와 그들의 아들딸인 촛불세대들이 한자리에 모여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과거·현재·미래를 논하는 모습에서 희망을 보았다. 최루탄세대들은 서슬 퍼런 군부독재를 몰아내고 대통령을 내 손으로 뽑을 권리와 국민이 정부를 선택할 권리를 쟁취했고, 촛불세대들은 아무리 합법권력일지라도 부패하고 무능하면 끌어내릴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주었으니 자랑스럽기 그지없다.

1987년 아침이슬을 머금고 싹튼 민주주의 떡잎이 30년 비바람을 맞고 2017년 마침내 촛불꽃으로 만개했으니 당연지사. 문 대통령이 기념사에서 밝힌 것처럼 6월 항쟁은 바위에 계란 치기 같았다.

가진 거라고는 어깨동무와 아침이슬이라는 노래뿐인 민중들이 최루탄제조회사가 순익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무자비하게 최루탄을 쏘아대며 체포와 구속을 일삼던 공포의 공권력을 끝내 무릎 꿇게 한 참으로 위대한 승리였고 감격스러운 역사였다.

그로 인해 보도지침이 폐지되고 언론과 시민은 말할 자유를 찾았으며 다양한 시민사회운동 조직들이 생겨나 억압되고 폐쇄됐던 민주주의 공간이 확대되었다.

하지만 그동안 임기 5년의 정권들이 국민의 손에 의해 뜨고 졌지만 정권의 끝은 약속이나 한 듯 모두 불행으로 막을 내려 국민을 실망시켜왔다. 급기야 임기 중에 쫓김을 당하는 정권까지 나올 정도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바람 앞에 등불처럼 늘 위태위태했다.

국민의 50% 이상의 지지를 받고 출범한 박근혜 정권의 몰락과 보수정당의 추락이 이를 웅변한다.

2016년 겨울광장을 뜨겁게 달군 촛불은 세계사에 전례가 없는 무혈혁명이었고 명예혁명이었다.

최루탄 없고 체포와 구금이 없는 질서 있는 시위와 노래와 춤이 있는 축제 같은 시위문화를 창출해 임기 1년 이상 남은 현직 대통령을 국정농단의 공범으로 탄핵게 하고 그 끄나풀들과 함께 법의 심판을 받게 했으니 어찌 아니 그러랴.

그야말로 민주주의사에 아로새길 금자탑을 쌓은 것이다.

그랬다. 문 대통령의 말처럼 6월 항쟁은 독재를 무너뜨렸고, 촛불혁명은 민주사회가 나아갈 방향과 의제를 제시한 자랑스러운 역사였다.

그러나 촛불혁명은 끝난 게 아니라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우리 사회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소득과 부의 극심한 불평등을 해소하는 경제민주주의를 실현하라는 촛불의 지상명령과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소명과 여망을 받고 출범한 문재인정부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휘청거리고 있다. 80%에 가까운 국민이 우호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음에도 정부조직법개정은 물론 조각조차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속도를 내야 할 골든타임이 하릴없이 허비되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존재감을 잃지 않으려는 야당들의 몸부림과 대여 견제에 이해되는 부분이 없진 않으나 때가 때인 만큼 여·야가 통 크게 양보하고 대 타협해 국민 여망에 부응해 주었으면 한다. 그래야 나라도 살고 정치도 경제도 산다. 배고픈 민주주의와 무능한 민주주의도 촛불을 부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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