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암초들
위험한 암초들
  • 박숙희<문화관광해설사·아동문학가>
  • 승인 2017.06.11 2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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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해설사에게 듣는 역사이야기
▲ 박숙희

정유년 6월, 마음의 문을 열고 더 자세히 직지 책 속에 오묘한 이치를, 가진 것 없이 줄 수 있는 삶으로 반추하려는 `직지'상권 마흔두 번째 이야기는 석공 화상(石鞏 和尙)의 말씀이다.

전문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부산 화엄사 주지 각성 스님의 `직지' 번역 및 강해(1998년) 등을 참조했음을 밝힌다.

석공 화상이 옛날에 사냥꾼이 되어서 사슴을 쫓다가 마조가 계시던 암자 앞으로 지나다가 마조에게 묻기를 “사슴이 이곳으로 가는 것을 보았습니까?” 마조께서 말씀하시기를 “너는 뭐 하는 사람이냐?” 석공이 말하기를 “저는 사냥꾼입니다. 마조께서 말씀하시기를 “너는 하나의 화살로 몇 마리를 쏘느냐?”석공이 말하기를 “화살 하나로 한 마리를 쏩니다.” 마조께서 말씀하시기를 “너는 잘 쏠 줄 모르는구나!” 석공이 말하기를 “화살을 잘 쏠 줄 아십니까?” 마조께서 말씀하시기를 “잘 쏠 줄 안다.” 석공이 말하기를 “화상은 화살 하나로 몇 마리를 쏩니까?” 마조께서 말씀하시기를 “나는 화살 하나로 한 무리를 다 잡는다.” 석공이 말하기를 “피차가 다 생명인데 어째서 한 무리를 다 쏘아서 잡습니까?”마조께서 말씀하시기를 “네가 그와 같음을 안다면 어찌 스스로 쏘지 않느냐?” 석공이 말하기를 “만일 저로 하여금 스스로 쏜다면 바로 손 쓸 곳이 없습니다.” 마조께서 말씀하시기를 “이놈이 많은 겁 동안의 무명이 오늘날에 단박에 쉬었도다.” 석공이 당장에 활과 화살을 던져버리고 마조에게 의지하여 출가했다.

석공은 마조 화상의 제자란다. 道에 뜻을 두는 사람이라면 가급적이면 사냥꾼, 낚시꾼, 어부 노릇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이는 보통 사람보다 몇백 배 마음공부를 더 알뜰히 잘해야 한다는 것 아닐는지. 화살 하나로 사슴 한 마리를 쏘는 것은 대단한 것이다. 백발백중 명중률이 높은 사람이다. 그런데 마조께서는 화살 하나로 한 마리를 잡는 것은 활을 잘 쏠 줄 모르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마조께서는 화살 하나로 한 무리를 다 잡는다는 것이다.

마조께서 왜 이런 말씀을 했을까? 사냥꾼인 석공을 제도하려면 사냥기술을 가지고 말해야 법문이 통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에게는 그림에 대해서 법문을 해야 하고 음악이나 예술에 능한 사람에게는 그 중 제일 적합한 법문을 해주어야 道에 잘 들어간다는 것이겠다.

마조께서 화살 하나로 한 무리를 쏜다고 대답하니까 석공이 피차가 다 소중한 생명인데 많이 잡을 것이 뭐 있느냐고 반문하니 마조께서는 그 생명을 죽이는 것이 불쌍하다면 너 자신을 스스로 쏘아야지 왜 사슴을 잡으려고 하느냐는 것이다.

이는 道에 들어가는 것이야말로 다겁 동안의 무명이 오늘 단박에 없어졌다는 것. 석공 화상이 그 말을 듣고 활을 던져버리고 출가했단다. 석공은 나중에 늘 활을 가지고 법문을 했다 한다.

`제일 적합한 법문을 해주어야 道에 잘 들어간다는 것'처럼 탄핵 사태에 지친 국민은 새 정부의 성공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 그러니 그 성공은 대한민국을 위해 무조건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의 인내가 언제까지나 계속 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생존이 걸려 있는 미국과의 안보 문제, 우리 외교의 근간은 무엇인지에 관한 것 등이. 겉으로 오가는 외교적 언사들의 뒤에, 심각하고 위험한 암초들이 도사리고 있을 수도 있겠다.

그러므로 북한 핵미사일은 엄중한 것이니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 배치는 최고위급 차원 대화에서 이루어진 동맹의 결정이었다고 한다. 그 공약은 철통 같다. `동맹', `최고위급 결정', `한국안보에 헌신'이란 단어가 파편처럼 튄다. 분명 새가슴이라 덜컥하는 것이라면 하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위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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