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비리 공직 배제, 무엇이 문제인가
5대 비리 공직 배제, 무엇이 문제인가
  • 방석영<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17.06.08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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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論
▲ 방석영<무심고전인문학회장>

오제세 민주당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의 `5대 비리 공직 배제 공약'과 관련, “그 공약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고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중진의원 조찬회의에서 발언, 그 저의가 의심되고 있다.

청주서원구 출신인 오 의원은 또 “5대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 사람이 어딨느냐? 여기 있는 의원들도 하나씩은 다 걸린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5대 비리는 병역면탈·위장전입·세금탈루·부동산투기·논문표절 등이다.

오 의원의 발언 취지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다만, “인사청문회 제도는 도덕성과 정책 능력을 검증하는 것인데 지키지도 못할 도덕성, 그런 사소한 것을 놓고 중요한 세월을 다 보내고 있다”는 그의 발언으로 미루어 유추할 수 있을 뿐이다.

오 의원의 발언이 사소한 도덕성을 문제 삼으며,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함으로써 내각 구성을 지연시키고 있는 야당 의원들의 행태를 비난하기 위한 의도였다면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여기 있는 의원들도 하나씩은 다 걸린다”며 문 대통령의 적폐청산 의지가 담긴 공약 자체가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한 것은 쉽게 납득가지 않는 대목이다.

특히 오 의원이 문 대통령의 공약을 비판하는 동시에 청문회 중인 야당 의원들의 도덕성을 겨냥한 총구를 드러낸 것이, 천박한 정치 공학적 권모술수 내지 유명세를 노린 노이즈 마케팅이라면 청주시민들의 실망은 클 수밖에 없다.

인사청문회가 각 후보의 자질과 능력, 도덕성 등에 대한 철저한 검증의 과정일 뿐, 야당의 `발목잡기'식 정치적 공세의 장이 돼선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면, 두말할 필요조차 없이 타당하다.

그러나 자신과 조찬을 함께 한 의원들 모두가 병역면탈·위장전입·세금탈루·부동산투기·논문표절 중 하나씩 다 걸린다고 해서 5대 원칙이 완전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면 어불성설(語不成說)에 지나지 않는다. 그 같은 국회의원들은 국민 앞에 진실로 참회하고 백의종군하든지, 아니면 의원직을 자진 사퇴함이 마땅할 것이다.

내가 지키지 못했다고 해서, 내가 해당한다고 해서 원리-원칙을 무시하며 `사소한 도덕성'으로 치부하는 짓이야말로 시급히 청산돼야 할 구시대적 적폐 중 적폐이기 때문이다.

공자님의 말씀 중에 射有似乎君子(사유사호군자) 失諸正鵠(실저정곡) 反求諸其身(반구저기신)이란 말이 있다. 활쏘기는 군자와 비슷한 면이 있으니, 정곡을 맞추지 못하면 돌이켜 자기 자신에게서 문제의 해결점을 찾으라는 가르침이다.

문 대통령의 `5대 비리'공직 배제 공약 자체가 문제 될 것은 전혀 없다. 도덕적 무결점을 지향하는 올곧고 치열한 삶을 외면한 채, 눈앞의 이득을 좇으며 현실과 타협하면서 대충대충 적당히 살아온 삶이 문제일 뿐이다.

돌연 行有不得者(행유부득자) 皆反求諸己(개반구저기) 其身正而天下歸之(기신정이천하귀지)란 맹자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행하되 얻음이 없다면, 모든 문제의 해답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아라. 자기 자신이 올바르다면 천하가 다 돌아온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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