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빗소리
모두의 빗소리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7.06.07 1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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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이 기 인

젖은 운동장을 돌아다니는 바퀴
바퀴 자국을 물어보며 돌아다니는 바퀴
한 줄만 쓰다 멈춘 자전거가 흘리는 저녁
오늘은 당신에게 거울과 공책을 빌려준다
머리를 씻어주던 빗물은 철봉을 구부린다
운동장보다 큰 미안이 거꾸로 떨어진다
한 방울 눈시울을 이어주는 눈시울
빈손으로 옮기는 하얀 꽃 빗소리

# 모처럼 비가 내렸습니다. 타들어가는 산과 대지에 반가운 단비입니다. 물기 머금은 운동장도, 흐릿한 허공도 촉촉합니다. 어른이 되어선 가요, 젖은 운동장에 옴폭한 길을 내며 길게 달아나던 자전거 바퀴도, 철봉 아래로 동그란 세상을 비추던 물방울 세상도 그리운 시간이 되었습니다. 잠깐의 시간여행을 떠나듯 한줄 한줄 살아있음을 타전하는 하얀 꽃 빗소리에 귀를 기울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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