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요금제
KTX 요금제
  • 정세근<충북대 철학과 교수>
  • 승인 2017.06.07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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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근 교수의 인문학으로 세상 읽기
▲ 정세근

학회다 뭐다 해서 전국을 헤매다 보니 KTX를 자주 탄다. 9시경에 오밀조밀 모여 있더니 갑자기 한 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서, 들어오는 기차를 훌러덩 그냥 올라타면서 KTX 요금제를 소상히 배웠다.

요즘은 자기 의자에만 앉아 있으면 검표를 하지도 않는다.

혼자 앉아가려고 비어 있는 의자로 옮겨 앉으면 표를 보자고 한다. 그래서 자칫 편하게 한숨 자려다가 승무원한테 방해받는 경우도 있다.

달리 말하면, 앉아있지만 않으면 예전처럼 훔쳐 탈 수 있을는지도 모른다. 무전여행의 시절도 떠오른다. 그러나 표 없이 탔다가 걸리면 벌금을 물어야 하니 조심하시라.

이번에야 확실히 알았다. 표 없이 그냥 타면 1.5배의 요금을 물어야 한다. 그러니까 요금의 절반을 더 내야 한다. 만원이면 1만 5000원을 내야 한다. 자진신고를 안 하면 2배의 요금을 물어야 한단다. 만원이면 2만 원이다.

유럽의 대중교통은 거의 검표라는 것이 없다. 자율 검표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그냥 탔다가 걸리면 10배에서 20배를 물어야 한다. 가끔 평범한 남녀같이 시민 복장을 하고 있다가 갑자기 앞뒤로 막아서서 검표하는데 하나둘씩 걸리는 것을 보면 공짜 손님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혹이 되기도 한다. 체크만 하지 않으면 한 번 더 쓸 수 있는 표이기 때문이다.

야간이나 새벽 지하철에서는 경찰의 검문이 있는 경우가 있는데 표가 있으면 대우가 달라진다. 기차역에서 밤을 지새울 때도 표가 있으면 노숙을 허락하고, 그렇지 않으면 쫓아내는 것이 유럽의 일반적인 치안정책이다. 그러다 보니 새벽 기차를 타는 사람들이 안전하게 하룻밤을 보낼 수 있어 마음이 편하기도 하다. 인도는 더 좋아서 표가 있으면 큰 기차역에서 싸게 재워준다.

예전 일반기차를 탔다가 바로 연결되는 차편이 있어 그냥 옮겨 타고 승무원에게 말했더니 과징금 없이 제 요금을 받았다. 그 기억 때문에 KTX도 자진 신고는 벌금이 없는 줄 알았더니 1.5배를 물어야 했다. 내용인즉, KTX도 좌석표가 있는 상태에서 어디를 더 갈 때는 과징금이 없단다. 그러니까 일단 표가 있는 상태에서 목적지를 바꾸어도 추가의 요금만 내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표가 없으면 1.5배다. 여기서 잔머리를 굴려본다. 표 없이 탈 때에는 거기서 가장 가까운 정차역까지 1.5배를 주고 끊으면, 그다음 목적지까지는 정상요금을 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입석요금으로 끊으면 과징금 없는 요금과 비슷해지리라.

또 다른 정보 하나 더. 밤중에 졸다가 목적지를 지나쳐 낭패를 본 경우가 있을 것이다. 승무원이 깨워주는 서비스가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특실만이다.

내가 경험한 영국의 철도제도에 관한 재밌는 이야기를 덧붙인다. 퀴즈 하나. 영국의 경우 왕복표가 편도보다 얼마나 더 비쌀까? 친구가 북쪽에 있어 놀러 가려는데 내려올 땐 어떻게 될지 몰라 편도로 달라고 했다.

창구에서 왕복이 아니냐고 묻기에 그렇다고 했다가 궁금해서 얼마냐고 물어보았더니, 편도가 40파운드면 왕복이 41파운드란다. 그래서 당연히 왕복으로 사서 잘 탔다. 그리고 일주일 내에 어디를 내려도 좋단다. 출발점과 도착지만 맞으면 된단다.

퀴즈 둘. 주중이 쌀까, 주말이 쌀까? 우리랑 반대다. 주말이 더 싸다. 주중은 회사 돈을 쓰는 것이고 주말은 가족위주로 놀러 가는 것이니만큼 더 싸게 책정하는 것 같았다. 복지정책의 승리다.

우리의 KTX 요금제, 주말은 아니더라도 명절 때 더 싸보면 어떨까? 아니면 처녀 총각에게만 이라도. 연애해서 결혼 많이 하라고.

/충북대학교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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