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과 반민특위
현충일과 반민특위
  • 정규호<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 승인 2017.06.06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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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
▲ 정규호

현충일에 역사를 생각한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넋을 기리고 그들의 숭고한 희생을 되새기며 경건한 마음을 갖는 현충일에 새삼스럽게 `나라'를 생각한다.

그리고 그 6월 6일의 가슴 아픈 또 다른 역사로 인해 여전히 회한이 씻기지 않는 `나라다운 나라'로서의 대한민국을 생각한다.

나는 우리 조국 대한민국의 모든 적폐의 근원이 반민특위의 무산에서 비롯되었음을 굳게 믿는 사람이다.

물론 여전히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수구기득권층의 기원이 3백 년 전의 노론에서 비롯돼 친일파로 이어졌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민특위야 말로 이런 수구기득권 세력이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지배할 수 없도록 차단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다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현충일인 6월 6일은 절호의 적폐청산 기회였던 반민특위 활동을 무산시키기 위해 당시 경찰이 반민특위 사무실을 습격하는 만행을 저지른 날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 친일파의 반민족행위를 조사하고 처벌하기 위해 1948년 10월 22일부터 설치되어 활동에 들어갔던 반민특위는 불과 1년도 안된 1949년 6월 6일 친일파에 의해 장악된 당시 경찰의 습격으로 그해 9월 22일 막을 내리고 만다. 철저한 역사적 반성과 진실의 규명, 그리고 단죄로 이어지는 적폐청산의 길은 그렇게 끊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단절되지 못하고 이어지는 모순과 수구기득권층의 뻔뻔스러움은 지금껏 계속되면서 나라를 그들만의 세상으로 만드는 과오를 거듭하고 있다.

우리는 흔히 현충일과 호국보훈을 한국전쟁을 계기로 삼는 이념의 한계적 사고 안에 가둬놓은 채 그 대립과 갈등에서 나라를 지켜 낸 영웅적 희생의 미화에 골몰해 왔다.

그리하여 국정교과서를 만들려는 역사적 만행과 건국절 운운하며 나라의 전통을 외면하는 수구기득권 중심의 정권 수호 획책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를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았다.

국민의례에 포함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의미가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목숨 바쳐 희생하며 싸워온 애국지사(순국선열)와 나라를 지키기 위한 헌신(호국영령)에 있음에도 이를 부인하는 뻔뻔함에도 제대로 이의를 제기하지 못해 왔다.

왕권에 대한 끝없는 도전과 패거리를 통한 국정 흔들기로 세력을 이어왔던 노론이 결국 일본에 나라를 팔아먹는 친일로 이어지는 역사적 폐단은 어쩌면 고스란히 이념으로 포장되는 수구기득권 유지의 수단으로 퇴보되고 있다.

그리하여 온 국민이 함께 추모하며 경건하게 `조국과 민족' 그리고 `나라와 백성'의 밝은 미래를 다짐해야 하는 현충일마저도 철저하게 편을 가르거나 외면하게 되는 서글픈 현실을 만들고 있다.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기 위해서는 국방과 이념대립에만 치우칠 수 없다. 부강하고 민주적이며, 주권재민의 헌법적 가치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

“저는 오늘 이곳 현충원에서 `애국'을 생각합니다.”

“우리 국민의 애국심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도 없었을 것입니다. 식민지에서 분단과 전쟁으로, 가난과 독재와의 대결로, 시련이 멈추지 않은 역사였습니다. 애국이 모든 시련을 극복해냈습니다.”

“빼앗긴 나라를 되찾는데 좌우가 없었고 국가를 수호하는데 노소가 없었듯이, 모든 애국의 역사 한 복판에는 국민이 있었을 뿐입니다.”

“애국의 역사를 통치에 이용하는 불행한 과거를 반복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대통령의 추념사가 감동으로 와 닿는 2017년 대한민국의 현충일.

마침 6월 7일은 일제강점기 일본군과 싸워 승리한 봉오동 전투의 승전보가 자랑스러운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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