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새 가족! 공원을 입양합시다
우리의 새 가족! 공원을 입양합시다
  • 오안성<청주시 공원녹지과 주무관>
  • 승인 2017.06.04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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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 오안성

내가 어린시절을 보낸 곳은 청주시 북이면의 아주 작은 오지마을이다. 당시 이웃집 할아버지는 목장을 운영하시면서 목장 앞의 작은 텃밭에 상추, 배추, 참외 등의 농작물을 키우시고는 했는데, 할아버지께서는 텃밭 일이 힘에 부치셨는지 어린 나에게 텃밭을 조금 떼어 주시며 이웃집 친구들과 함께 가꿔보라고 하셨다. 나는 친구와 함께 텃밭에 피자 나무를 기대하며 피자 조각도 심어보고, 텃밭이 예뻐지길 바라며 채송화도 옮겨 심어보고, 큼지막한 복숭아를 꿈꾸며 복숭아씨도 심어보았으며 할아버지의 목장에서 거름을 가져오다가 미끄러져서 거름더미에 파묻혀 본 적도 있었다. 그렇게 애지중지 돌본 작은 텃밭을 보고 있노라면 흐뭇한 게 어린 마음임에도 마치 내 친동생들을 돌보는 그런 한 가족 같은 기분이 들고는 했다.

삭막하기만 한 도심에서는 그 옛날 내가 돌보았던 텃밭처럼 공간을 분양받아 돌보고 가꾸는 우리의 힐링 공간을 만들어 관리하는 방법은 없을까?

도시공원 입양사업은 1985년 미국 텍사스 주 교통국에서 시민과 기업이 도로 관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창안한 `도로입양(Adopt-a-Highway)'제도에서 비롯된 운동으로서 각종 단체나 시민이 지역의 공원을 입양해 지역주민 스스로 공원을 안전하고 쾌적하게 돌보는 제도이다.

도시공원 입양사업은 현재 미국, 캐나다, 영국 등 선진국에서 `공원입양(Adopt-a-Park)'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30년이 넘는 세월을 거치며 범세계적인 환경 시민운동이자 하나의 문화가 돼가고 있다.

이런 도시공원 입양사업이 바로 위에서 던진 물음에 대한 답이며 청주시 또한 세계적인 문화의 흐름에 따라 도시공원 입양사업을 시행하고 있고, 올해로 2년 차를 맞이하고 있다.

도시공원 입양사업은 공원 내 청소 활동, 화단 가꾸기, 재능 기부를 통해 자신만의 특기를 살린 활동, 공원내 공연 및 예술 활동 등 자식 같은 공원을 위한 활동은 무엇이든 가능하다.

도시공원 입양사업은 기존의 행정 주도 아래 진행하던 자원봉사와는 달리 시민의 자율적인 의사 결정에 따라 진행하는 활동이다. 활동을 희망하는 관내 공원, 활동 일시, 필요한 물품 등을 선정해 입양사업 활동 신청을 하면 이에 필요한 물품을 지원받을 수 있고, 활동 시간만큼 자원봉사활동 실적을 인정받을 수 있으며 매년 활동 실적이 우수한 단체에 대해 시상하기도 한다.

공원을 입양해 자식처럼 돌보는 것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단순히 우리 동네 공원을 관리하는 것뿐만 아니라 입양한 공원에 대해 올바른 사용과 관리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고, 나의 작은 활동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즐거움과 쾌적함을 느낄 수 있다는 짜릿함을 얻을 수 있다. 또 어린 시절 분양받은 작은 텃밭처럼 공원에 대해 더 나아가 내 고장, 내 고향에 대해 절절한 사랑을 느낄 수도 있는 그런 의미를 담고 있다.

도시공원 입양사업은 지난해 10월 공직에 들어온 내가 처음 맡게 된 업무이다. 이런 입양사업에 대해 작은 꿈이 있다면 청주시민 누구나 1인 1공원 입양에 참여하는 것이다. 청주시민 모두가 공원 하나씩을 입양해 자식처럼 공원을 돌보는 상상, 시민 모두가 행복해지고 즐거운 자식이 생긴다는 상상은 오늘도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우리 모두 생각만 해도 즐겁고 아련한 그런 나만의 공원을, 지금 입양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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