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에도 길이 있다
글에도 길이 있다
  • 임형묵<수필가>
  • 승인 2017.06.04 19: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 임형묵

읽기 편한 글이어야 독자들은 공감한다. 다듬고 다듬어 독자에게 전해져야 한다. 서랍 속에 넣어둘 요량이 아니라면 독자의 입장에서 글이 쓰여야 한다.

작품에 대한 생각이나 느낌은 독자들의 몫이다. 독자들을 위한다고 작품에 대한 설명이나 상황을 장황하게 늘어놓을 필요까지 없다. 주제나 소재를 말해주지 않아도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어떤 뜻을 전하려고 하는지 독자들은 너무나 잘 안다. 독자 스스로 단어를 굴리고 문장에 생각을 입히고 덧칠해 해석한다.

글을 읽다 보면 끊어 읽을 데가 있는데, 어디서 끊어 읽어야 할지 고민될 때가 있다. 첩첩산중에서 막막한 기분이 드는 거와 같다. 그런 글은 부담감이 있다. 문장이 길더라도 자연스레 읽히면 작가의 수고가 녹아 있는 글이다. 호흡을 조절하고 리듬을 타도록 독자의 입장에서 쓴 글이다. 그렇듯 독자를 생각하고 쓰는 글쓰기의 기술이 필요하다.

글의 흐름이 막히는 건 쓸데없이 긴 문장을 고집하는 경우에 생긴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원고지를 늘리려는 욕심이 작용한 결과다. 또 하나는 형용사나 부사 등 쓰지 않아도 의미 전달이 되는데 그런 것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경우에도 생겨난다. 읽다가 막히는 글은 그 뜻을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짜증이 나 글 읽기를 멈추게 한다.

이를 확인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글을 써 놓고 눈으로 읽지 말고 독자의 입장에서 소리 내어 읽어 보라. 이것도 하나의 방법이 된다. 글을 읽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피돌기가 시원치 않은 동맥경화 현상과 차이가 없다. 호흡하기 곤란한 글은 끝이 보이지 않는 들판을 거니는 것과도 같아 어디에서 멈췄다가 읽어야 할지 막막하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막힘이 없어야 한다.

한 단락엔 하나의 내용이 담겨야 한다. 같은 내용의 흐름이 이어져야 한다. 봄 이야기를 하다가 갑작스레 겨울 이야기를 꺼내면 그 사람이 추워 보이듯, 전달하는 내용이 이거다 저거다 왔다 갔다 하면 어수선할 뿐이다. 그렇듯 글은 통일성이 있어야 하고 간결성이 있어야 한다. 독자의 가슴에 글이 잘 스며들도록 글 길을 내는 일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호흡 조절'이라 할 수 있다. 리듬이 있는 글을 읽다 보면 어느새 글의 마지막에 가 있는 것을 발견한다. 내용이 쏙 들어올 뿐만 아니라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파악하는 데도 어려움이 없다.

문장을 살펴 덜어낼 건 덜어내고 새로운 것을 채우는 수고를 잊지 않아야 한다. 우리의 몸에서 피돌기가 나쁘면 몸이 무겁고 머리가 뻐근해지며 얼굴에 홍조를 띠듯, 그런 느낌이 오는 경우라면 다듬어야 한다. 바위산을 넘는 것 같고 돌부리에 채일 것 같은 호흡 곤란한 글에서 벗어나도록 글의 흐름을 매끄럽게 해야 한다.

작가는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만 쓰면 된다.'라는 말을 하면 글을 쓰는 작가에게 너무 혹독한 주문인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