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별 별
별 별 별
  • 권재술<물리학자·전 한국교원대 총장>
  • 승인 2017.06.01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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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시간의 문앞에서
▲ 권재술

그 먼 옛날, 인류의 조상들은 밤하늘의 별을 어떤 마음으로 대했을까? 밤이란 모든 것을 사라지게 하고 우주에 혼자 남는 고독을 가져다준다. 칠흑 같은 어두움 속에서, 내일 당장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그 고독한 존재에게 밤하늘 저 멀리서 빛나는 별은 얼마나 큰 위안이었을까?

지금은 도시의 불빛과 번잡한 세상사에 가려서 별은 우리와 너무나 멀리 가 버렸지만, 그 옛날, 인류의 역사가 시작되던 시절, 밤이면 밤마다 별은 가까이 있었다. 별은 고독한 인간의 희망이자 운명이고, 인생의 이정표였을 것이다. 그래서 인류의 문명은 별을 보면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별은 하늘에 있었지만 그냥 하늘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세상을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다.

별을 가만히 관찰하면 모든 별이 다 같은 별이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태고적부터 별을 관찰하면서 인간은 별이 두 종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거의 모든 별은 하루가 지나면 다시 제자리에 돌아온다. 그래서 사람들은 천구에 별이 붙어 있고 이 천구가 지구를 중심으로 하루에 한 바퀴 회전한다고 믿었다. 이것이 우리가 학창시절 배웠던 천동설이다. 그런데 그중에서 어떤 별은 그 위치가 매일 조금씩 변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위치가 변하는 별을 `떠돌이별', 또는 행성行星이라고, 이와 대조적으로 위치가 변하지 않는 별을 `붙박이별'또는 항성恒星이라고 이름 붙였다.

천문학에서는 별(star)이라고 하면 스스로 빛을 내는 천체를 일컫고, 스스로 빛은 내지 못하고 별 주위를 도는 천체는 행성(planet)이라고 한다. 태양은 스스로 빛을 내기 때문에 별이다. 하지만 태양 주위를 도는 수성이나 금성은 별이 아니다. 태양은 별인데 금성은 별이 아니라니! 천문학적 전문용어로는 그렇다는 말이다. 천문학자가 아닌 우리는 금성을 별이라 해도 아무 문제없으니 걱정은 말자.

태양계의 행성에는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이 있다. 명왕성도 태양계의 행성에 속했으나 2006년 천문학자들은 명왕성을 행성에서 제외해 버렸다. 명왕성이 생각하면 참 억울할 것이다. 폭력도 이런 폭력이 어디 있을까?

붙박이별이라고 해서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는 엄청난 속력으로 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그 별은 백 년 전이나 천 년 전이나 그 자리에 있다. 왜 그럴까? “구름에 달 가듯 가는 나그네”라는 박목월의 `나그네'라는 시를 기억할 것이다. 달밤을 걸어보면 달이 자꾸 나를 따라온다. 내가 앞으로 가면 달은 뒤처져야 할 텐데 항상 나와 같이 있어 보인다. 옆에 있는 가로수는 뒤처지는데 달은 왜 그렇지 않을까? 그것은 달이 멀리 있기 때문이다. 멀리 있으면 움직여도 움직인 것 같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해 보자. 십만 광년 떨어져 있는 별이 빛의 속력으로 1년을 달리면 우리가 보는 시선이 몇 도나 변할까? 그 별까지의 거리를 반경으로 하는 원을 그리면 원의 길이는 약 6십만 광년이나 된다. 그러면 시선이 변하는 각도는 6십만 분의 1도가 된다. 각도 1도가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 보면 6십만 분의 1도는 현미경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먼 별이 아무리 빨리 달려도 우리가 보기에는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이게 되는 것이다. 항성은 실제로 행성들보다 더 빨리 달리고 있을지 모른다.

별들도 다 같은 별은 아니다. 밝기가 변하는 변광성도 있고, 태양보다 수천억 배나 밝은 초신성도 있고, 별이 수축하여 엄청나게 큰 밀도를 갖는 중성자성도 있다. 그뿐인가? 너무 무거워 빛조차 도망갈 수 없는 블랙홀도 있다. 별을 관찰하면서 문명을 싹 틔운 인간은 아직도 별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별에 다가갈수록 별은 더욱 멀어져만 가고 있다. 내가 사랑하는 어떤 사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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