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원대의 세 가지 공공연한 비밀
서원대의 세 가지 공공연한 비밀
  • 안태희 기자
  • 승인 2017.05.31 2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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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안태희 취재2팀장(부국장)

손석민 서원대 총장이 아파트 공용광장에서 자녀의 생일파티를 시끌벅적하게 벌였다가 국민적인 지탄의 대상이 됐다.

사회적인 비난은 물론이고, 사회지도층 인사로 분류되는 사람들의 행태가 아직도 이런 수준이구나 하는 것을 전 국민에게 알린 해프닝이기도 하다. 청주의 `강남'에서 생일파티에 초청받지 못한 입주 어린이들을 좌절(?)하게 한 것부터 뉴스감이 되고도 남았다.

그런데 이 사건을 주목하게 된 것은 충북지역의 대표적인 사학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서원대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일들이 결국 이번 생일파티 사건으로 터져 나온 게 아니겠느냐는 생각을 하고 나서부터다.

손 총장의 개인적인 일탈이 사실은 그동안 발생했던 여러 가지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는 데까지 다가갔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동안 서원대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서원대에 얽힌 세 가지 공공연한 비밀을 살펴보자.

첫째, 서원대는 지난 2012년에 이사장과 총장 취임식을 동시에 했다. 손 총장은 45살에 대학총장이 됐으며 손 총장의 아버지도 한 자리에서 이사장에 취임했다고 한다. 아버지와 아들이 이사장과 총장직에 동시에 취임한 보기 드문 광경이 목격된 것이다. 여기에 늦둥이가 있었다는 사실도 온 주민이 알게 됐다. 무엇보다 이번 일로 서원대가 어떤 대학인지, 사학재단 총장의 사려 깊지 않은 행동이 서원대에 어떤 악영향을 끼칠지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둘째, 서원대는 손 총장이 거주하는 아파트의 전세보증금뿐만 아니라 관리비까지 학교예산으로 냈다가 지난해 교육부 감사에 적발됐다.

서원대는 2013년 3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총장 개인이 부담해야 할 관사 관리비, 가스비, 인터넷 요금 등 4622만 7470원을 법인 및 교비로 집행했다. 학생들이 낸 등록금이 총장이 쓰는 가스비에도 쓰였다니 씁쓸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자기 밥값은 스스로 낸다고 했는데 말이다.

셋째, 서원대에는 직장어린이집이 없다. 지난 1일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의 발표에 따르면 서원대는 직장어린이집 설치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서원대에는 상시근로자가 543명, 상시여성근로자도 204명이나 되며 보육대상 영유아가 26명이지만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았다.

자기 자식 귀한 줄 알면 남의 자식 귀한 줄도 알아야 하는 게 인지상정인데 법으로 정해진 의무마저 저버린 서원대의 총장이 벌인 생일파티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손 총장이 자녀 생일파티를 벌일 때 직원들이 출근하거나 퇴근할 때마다 각자 알아서 자식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데리러 가기 위해 노심초사한다는 것을 알기는 할까.

이번 일을 계기로 손 총장과 서원대는 무엇인가 질적인 변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비탈길 오르내리면서 미래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솔선수범해야 하며 그들이 잘 되어서 대학에 보답할 수 있도록 사표(師表)를 보여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손 총장은 이번 일을 겪은 후 곧바로 사과했다. 그가 학교내부 게시판에 올린 사과문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개인이 아닌 지역사회를 대표하는 고등교육기관의 장이라는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는 제가 모범적 역할을 통해 대학의 위상을 높여야 함에도 오히려 학교의 명예는 물론 구성원의 학교에 대한 자긍심까지 떨어뜨리게 된 점 마음 깊이 반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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