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하는 뇌(腦)
저항하는 뇌(腦)
  • 양철기 서원초 교감(박사·교육심리)
  • 승인 2017.05.3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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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 양철기 서원초 교감(박사·교육심리)

심리학적으로 변화는 개인에게 두려운 것이다. 그리고 두려움에 사로잡히는 순간 창의성과 성공은 가로막히고 변화는 멀어지고 만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은 뇌에 뿌리를 두고 있다.

사람의 뇌는 크게 세 부분( 뇌간, 중뇌, 대뇌피질)으로 나눌 수 있다. 뇌간은 뇌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데 생명유지를 책임지고 있다. 뇌간 위에는 중뇌가 있는데 체온을 유지하고 감정을 저장하고 위험에 직면했을 때 살아남을 수 있도록 `방어반응(defense reaction)'을 담당한다. 대뇌피질은 뇌의 나머지 부분을 둘러싸고 있는데 문명, 예술, 과학, 음악과 같은 것들이 모두 여기에서 기인한다. 또한 변화하고 싶거나 창조적인 뭔가를 하고 싶다면 이 대뇌피질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뇌의 세 부분은 조화롭게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비만인 사람에게 이성적인 대뇌피질은 운동하라고 명령하지만 중뇌는 소파에 누워 새우깡을 먹으며 쉬라고 할 수 있다.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고 변화하고 싶은데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경험이 있다면 중뇌가 저항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중뇌 깊숙한 곳에 있는 편도체(amygdala)는 어떤 중대한 일이나 위험한 상황이 되면 신체가 즉각적인 행동을 하도록 경고를 보낸다. 숲 속에서 갑자기 사자와 조우를 하였다. 편도체는 사자의 위협으로부터 도망가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여 모든 신체 기능을 집중시킨다. 이때 대뇌피질의 기능(사자를 관찰하거나 창의적으로 도망갈 궁리를 하는 것 등)은 제한되거나 정지한다. 대뇌피질의 기능인 이성적 사고와 창의적인 생각은 살아남아야 하는 비상사태에서는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마우어(R. Maurer)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새로운 도전과 변화에 대해 두려움이 발생하도록 되어 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새로운 모임에 나갈 때, 직장을 옮길 때, 갑자기 운동이나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에 편도체는 우리 몸에 경고를 보낸다. 편도체는 일상적이고 길들여 있는 안전한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할 때 경고를 울리며 작동한다.

한 조사에 의하면 새해 결심이 성공할 확률은 8%에 불과하다. 결심한 사람들의 1/4은 1주일 안에 포기하고, 30일이 지나면 절반이 포기한다. 왜 그럴까. 갑작스런 변화는 두려움과 스트레스를 가져오고 두려움은 대뇌피질의 이성적이고 창의적 사고는 때로 제한되고 정지시키기 때문이다.

소수의 사람들은 두려움을 다른 감정으로 전환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사람들은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흥분으로 전환시키며 과제가 어려울수록 더 흥분하고 생산성도 높아진다. 그런데 이러한 분들은 아주 소수이며 특별한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어떤 절실한 상황(시험에 합격하기, 10kg 감량하기, 승진하기, 집 장만하기, 배우자 구하기 등)일수록 두려움은 커진다.

어떻게 해야 중뇌의 편도체를 속이고 대뇌피질이 작동하게 해서 목표를 달성하게 할 수 있을까. 마우어 박사는 `스몰스텝(small step)'전략을 제시한다. 평소 운동을 전혀 하지 않은 비만 환자가 10kg 감량을 목표로 세우고 갑자기 격렬한 운동과 다이어트를 한다고 가정해 보자. 당장 편도체는 이러한 변화 상황에 대해 경고를 울리게 되고 이성적이고 창의적인 대뇌피질 활동은 정지하게 된다. 결국 운동과 다이어트는 며칠 못 가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

`스몰스텝'전략은 편도체가 저항하지 못하도록 속이는 것이다. 10kg을 줄이기 위해 먼저 하루 1분 정도 TV 앞에서 서 있게만 한다. 편도체는 전혀 변화를 눈치 채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조금씩 운동 강도를 높여 간다. 그러면 이 모든 활동은 편도체가 아닌 대뇌피질이 관장하게 된다. 편도체의 경보 체계를 작동시키지 않고 대뇌피질로 바로 접속하는 길이 열리면 이성적이며 창의적인 생각과 행동들이 마구 마구 나오게 된다. 그리고 어느 덧 10㎏은 감량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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