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봄인데, 참 좋다
뜨거운 봄인데, 참 좋다
  • 김규철<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승인 2017.05.31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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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 김규철<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5월 하순부터 낮에는 마치 여름이 시작된 것처럼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추세면 6월은 한여름이 될 것 같다. 기상청의 날씨에 대한 대략적인 전망을 보면 평년보다 기온이 높아 올해는 6월부터 에어컨을 틀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한다. 올해는 꼼짝없이 뜨거운 여름 때문에 전기료 폭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기분은 좋다. 9년의 추운 겨울을 보냈기 때문이다. 올해는 정말 뜨거운 봄이다. 그러나 올해의 뜨거운 봄은 기분 좋은 봄이다. 대통령 한 사람 바뀌었을 뿐인데, 세상이 이렇게 바뀔 수가 있느냐고 국민도 놀라워한다. 80%가 넘는 국민이 현 정부의 출발을 지지하고 있다. 모두 이구동성으로 속이 시원하다고 말한다. 지난 8년간의 추웠던 시간 때문일 것이다. 때 이르게 찾아온 무더위지만 기분만은 꽃피는 아름다운 봄이다.

암초가 나타났다. 위장전입문제다. 현 정부의 국무총리와 장관들의 인준을 위한 청문통과는 위장전입 문제로 인선은 위기에 처해있다. 앞으로 험난하고 지리한 청문회의 길이 될 듯하다. 그럼에도 국민은 꾸준한 지지를 보낸다. 현 정부가 빠른 시일 내에 안정적으로 연착륙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국민의 이와 같은 바람은 청문회에서도 강하게 나타났다. 청문회에서 야당 청문위원들이 후보자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후보자를 공격할 때, 일부 극성인 국민은 야당 청문위원의 신상을 털어 자녀의 병역문제 등의 문제를 실시간으로 온라인에 올리며 너나 잘하라고 문자 폭탄도 보냈다.(나는 문자 폭탄을 보내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니고 새로운 반목을 만드는 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그 마음은 알겠으나 옳지 않은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현 정부의 관계자들은 다음 시를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시(詩)는 조선 초기 춘정(春亭) 변계량이 완산 부윤에 부임한 박경(朴經, 1350~1414)을 위해 쓴 시다. 이를 한국고전번역원 남성현 연구원이 번역했다.



안온한 몸가짐은 무거운 쇠솥과 같고(安如金鼎重)

맑은 인품은 깨끗한 옥항아리와 견주네(淸比玉壺寒)

이번에 나가면 군사 일까지 겸할 터이니(此去兼戎事)

엄격함으로 관대함을 조절하셔야 할 것이네(須將猛濟寬)



번역하면, 여기 한 사람이 있습니다. 어디에 가더라도 중후한 몸가짐과 맑은 인품으로 훌륭하다는 칭송을 받을 만한 사입니다. 다만 이번에 부임하신 완산 부윤이란 관직은 병권(兵權)까지 겸해야 하는 자리. 엄격한 군율로 군사를 통솔해야 할 텐데 워낙 관대한 인품 탓에 그러지 못할까 염려됩니다. 관대만 고집하신다면 제대로 된 정치를 할 수 없습니다. 부디 관대와 엄격을 두루 갖추셔서 맡은 바의 소임을 잘 수행하시길 바랍니다.



박경은 강직한 면모도 있지만, 신중하고 순수한 인품으로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원만하였다고 한다. 변계랑은 그가 관대한 인품 때문에 군사를 엄격하게 통솔하지 못할까 봐 우려하며 관대와 엄격을 적절히 조화시켜 부윤으로서의 직분을 잘 수행하기를 응원하는 마음에서 시를 써 준 것이다.

위의 시처럼,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우려되는 것이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개혁도 관대와 엄격을 적절히 조화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초기에만 반짝 개혁을 외치고 끝나는 용두사미가 아니라, 임기 내내 지금의 초심을 꾸준히 유지하기를 바란다. 더 이상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퇴행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는 국민이 무시당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성공한 정부가 되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5년 내내 봄여름가을겨울 뜨거운 봄날이기를 기대한다. 뜨거운 봄인데, 참 좋다.

/충북참여연대홍보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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