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나종사랑’의 감동과 충북도지정예술단의 전통
연극 ‘나종사랑’의 감동과 충북도지정예술단의 전통
  • 김기원<편집위원>
  • 승인 2017.05.29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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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김기원<편집위원>

연극 `나종사랑'이 도민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며 충청북도지정예술단(이하 도지정예술단)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

제4기 도지정예술단으로 선정된 극단 청사(대표 문길곤)가 지난 4월 28일부터 시ㆍ군을 순회하며 연극예술의 행복바이러스를 뿌리고 있어서다.

 `나종사랑'은 강병현 작ㆍ이은희 연출의 70분짜리 연극으로, 나병환자의 살갗에 난 부스럼 같은 멍울처럼 성폭행을 당해 겪는 일가족의 아픈 가족사를 그린 작품이다.

고등학교 때 성폭행을 당해 낳은 딸을 아버지 호적에 올려 딸에게 언니 소리를 들으며 아버지의 모진 학대와 딸의 조롱과 멸시를 받으며 사는 기구한 여인(이은희)과 성폭행하려던 자를 살인해 교도소에 수감되는 비행소녀(송일아)와 간질병까지 앓는 가엾은 딸과 그 딸의 딸까지 엄마가 되어야 했던 여인(정아름) 그리고 흰 눈이 내리는 어느 크리스마스 이브에 축복처럼 나타나 용서를 비는 성폭행범(이종진)과 교도소 면회장 입회교도관(성진)이 펼치는 5인 극이다.

특히 이은희 배우의 간질병 발작연기와 딸에게 언어폭력을 당하며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연기는 압권이었고, 충북연극의 저력을 실감케 하는 무대였다.

주지하다시피 연극은 배우가 희곡 속의 인물로 분장하여 관객 앞에서 표정과 동작과 대사로 울림을 주는 공연예술(무대예술)이다.

문학은 물론 무용과 음악과 미술과 영상들이 융·복합되는 종합예술로, 출연배우들의 앙상블은 물론 무대설치·조명·음향·의상·분장 등 많은 스텝들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협업예술이다. 그러므로 작품료와 배우들의 출연료는 물론 대관비·연습실 대여료·무대설치·의상비 등 적잖은 인적·물적 비용을 수반하는 예술이다. 아무리 좋은 희곡과 좋은 배우를 갖추었다 하더라도 제작비용이 없으면 무대에 올릴 수 없고, 제작비가 부족하면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

충북은 역량 있는 배우와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극단들이 즐비한 연극의 고장이다.

그럼에도 아직도 전용극장이 없고 극단들도 대부분 영세성을 면치 못해 해 잠재력이 사장되고 있다.

출연료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어 전업배우를 포기하고 투잡을 하며 퇴근 후 또는 휴일에 모여 연습을 하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갈수록 첨단과학과 거대자본이 투입되는 영화나 드라마 뮤지컬 등에 밀려 몸짓 예술의 본산인 연극의 설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그런 충북연극계에 한 줄기 빛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충청북도지정예술단이다. 필자가 충북도 문화예술과장 재직시인 2011년에 전국에서 최초로 시책화한 민선 5기 특장시책이기도 하다.

도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화예술단체 중에서 2년에 한 번씩 두 개의 단체를 선정해 매년 2억 원씩 총 4억 원을 보조해 단체의 예술활동을 안정적으로 고양시키고, 이들의 격조 높은 공연을 도민들이 무료로 향유하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시책이다. 선정심사를 했던 타지역 심사위원들이 몹시 부러워했던 파격적인 시책이었다.

그동안 3개 극단(청년극장ㆍ시민극장·예술나눔)과 3개 국악단(놀이마당 울림·씨알누리·사물놀이 몰개)이 선정되어 활동했고, 금년에 3개 단체(극단 청사·극단 꼭두광대·노현식무용단)가 선정되어 제4기 도지정예술단으로 목하 활동 중이다.

2개 단체에서 3개 단체로 늘린 것은 좋은 일이나 보조금액을 년 2억 원에서 1억3천만 원으로 줄여서 늘렸다는 건 치졸하기 그지없는 하책이다. 형평성에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물가도 올랐고 도민들의 문화수준도 올랐는데 보조금을 올리지는 못할망정 내린다는 게 사리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충북도는 금년 추경이든 내년도 당초예산이든 이를 바로 잡아 도지정예술단의 자랑스러운 전통을 이어가기 바란다.

도지정예술단으로 선정된 예술단체는 물론 도지정예술단을 꿈꾸는 예술단체들도 도지정예술단의 취지와 정신에걸맞게 자가발전해야 한다. 도민혈세에 보은하는 도지정예술단이 되도록. 가족의 희생과 사랑으로 희망을 찾아가는 `나종사랑'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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