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사용법
엄마 사용법
  • 민은숙<괴산 동인초 사서교사>
  • 승인 2017.05.29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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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 민은숙

직업이 책을 읽어야 하는 직업이기도 하지만 나 자신도 책을 좋아하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다양한 분야의 여러 작가 선생님을 많이 만났다. 어린이 책 작가 선생님부터 해외의 만화가, 베스트셀러 작가 등 여러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사인을 받아둔 건 소소한 즐거움 중 하나다.

좋아하는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행복해하고, 사인을 받아 기념해두면서, 그 책을 다시 읽으며 그래, 선생님이 이런 이야기를 하셨지 하고 되새기는 것은 행복한 추억이 된다.

내가 좋아하는 글을 써 준 작가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역시 글과 사람은 따라가는 건가 싶긴 하다. 물론 정반대의 인상을 준 작가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지난 4월, 학교에 창비 어린이 작가가 방문했다. 작가 선생님 한 분이 아니라 열두어 분 정도가 괴산에 와 준 것이다. 멀리서는 부산, 가깝게는 충주와 세종까지 여러 곳에 사는 작가들이 강연회를 위해 모인 것이다.

그래서 기쁘고 바쁘고 즐겁게 저자 강연회를 준비했었다. 재능기부의 일환으로 작가 선생님들이 학교를 방문하는 건 흔한 일이 아니었고, 그만큼 부담도 많이 됐고 걱정도 됐었다. 책을 읽고 아이들에게 질문 쪽지를 받고, 책 주인공을 따라 그려보고, 감상도 받으며 책을 읽었던 한 달이었다.

여러 작가 선생님들이 오셨는데, 그 중 이외의 인물이 이 글의 작가인 김성진 선생님이셨다. 저자강연회 전날까지 만나 뵌 적이 없던지라 현수 같은 아이를 둔 엄마 작가 선생님이겠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인자하신 남자 선생님이셔서, 어떻게 이런 글을 쓰셨던가 싶었다.

책의 한 구절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빨리 우리 현수를 보고 싶어요. 떠나 있는 동안 우리 현수가 보고 싶어 너무 힘들었어요. 우리 현수는 좋아하는 게 아주 많아요. 현수한테 책도 읽어 줘야 하고, 같이 산책도 해야 해요. 학교에서 돌아와서 `엄마, 학교 다녀왔습니다'하면 가슴이 어찌나 뛰는지 몰라요. 현수는 초콜릿이 들어간 우유를 제일 좋아하는데 빨리 타 주고 싶어요.”

사냥꾼들이 엄마를 바라보다 뒤로 물러나며 말했어. “진짜 엄마이시군요. 생명장난감은 집안일은 잘하지만 아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거든요.”(김성진 글. 엄마 사냥꾼 106쪽·창비·2012년)

이 글은 엄마를 갖고 싶어 하는 소년, 현수의 이야기다. 저학년 자녀가 엄마랑 손 꼭 붙잡고 보면 참 좋을 이야기이기도 하다.

책 내용은 딱 생각했던 그대로였다. 딱히 특별한 전개를 보이는 작품은 아니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이 책을 재밌다며 읽기를 권하는 책이다. 오늘도 이 글을 쓰기 위해 책을 다시 읽는데, 어린이 하나가 “이 책 정말 재밌었어요. 근데 선생님, 이 책 안 읽으셨었어요?”그런다. “아니, 난 다시 읽는 거다.”라고 대답하고는 저 위 구절을 다시 한 번 또 읽었다. 아이를 가진 엄마라면, 부디 한 번 읽어 주셨으면 좋겠다. 아마 전 세계 모든 아이들의 마음은 저럴 거 같다.

그날 학교 도서관에 오신 작가 선생님들이 각자의 책에 학교 아이들을 위한 메시지와 사인을 적어 주셨다. 아는 친구들도 몇 있는데, 나중에 그 사실을 알고 지금의 나처럼 뿌듯하고 흥겨운, 자랑할 수 있는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다.

저자 강연회 때 정신이 없어서 정작 내 책에는 사인을 못 받았다는 걸, 돌아오는 차 안에서 깨닫고 허탈했다. 인생의 억울한 일 중 하나로 평생 기억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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