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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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도순<수필가>
  • 승인 2017.05.2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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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 임도순

뻐꾸기 울고 아까시나무꽃 피면 봄이 마무리된다. 보릿고개의 들녘에는 정성들여 가꾸어 놓은 보리와 밀이 여물어간다. 이맘때가 되면 누구나 먹을거리가 부족하여 힘들었던 그 시절과 겹쳐져 현재와 비교하여 보게 된다. 배부르게 먹기가 어려웠던 상황이 추억의 한 귀퉁이에 자리하고는 그 시절에 배고픔을 해결하려고 꽃을 따고, 새순을 잘라 먹었던 날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먹을거리가 부족하지만 정이 메워 주었다. 지금은 지천에 깔려있는 아까시나무꽃과 찔레 순이지만 난방을 위한 땔감으로 무분별하게 채취하여 그나마도 흔하지 않았다. 그래도 먹거리가 생기면 나누는 정이 있었다. 산과 들녘을 놀이터 삼아 돌아다니고 자연을 벗으로 하였기에 어디에 먹을거리가 있는지 꿰뚫고 있다. 친구들과 희희 낙낙하며 나누던 시절이 그리움으로 비춰진다.

어렵기는 누구나 마찬가지였다. 땟거리가 없어 얻어먹으며 노숙하는 사람에게 품바라는 호칭을 쓴다. 다리 밑이나 움막이 삶의 터전이고 집집마다 다니며 주는 밥으로 허기를 면한다. 그렇다고 주는 사람도 넉넉해서가 아니다. 지금에서 돌이켜 보니 사랑과 정이 가득하고 나눔이 있는 따뜻한 마음이었다. 가난은 나라도 구제 못 한다는 말이 있다. 나라 살림살이가 빡빡하니 그때의 복지 정책은 먼 나라에서나 있는 꿈같은 현실이었다.

건강을 잃어 얻어먹지도 못하는 품바를 위해 사랑을 실천한 사람이 있다. 다리 밑에서 터를 잡고 생활한 최귀동 할아버지의 삶이다. 자신도 장애를 가진 몸으로 동네를 돌며 밥을 얻어다가 구걸조차 하지 못하는 품바들을 먹여 살린 장본인이다. 그의 삶은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사랑이었다. 그분이 베푼 사랑과 신부와 만남이 계기가 되어 사회 복지 시설을 설립하는 단초가 되었다. 현재는 꽃동네라는 이름으로 삶이 힘든 분들의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는 안식처가 되고 있다.

그 나눔의 실천이 밑거름되어 품바축제가 음성에서 탄생하였다. 품바는 장터나 길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동냥하는 사람이다. 다리 밑에서 실천한 그분의 사랑을 담아 축제로 승화 시켰다. 어렵게 생활해야 했던 품바들의 삶을 풍자와 해학으로 재조명하여 신명과 웃음을 선사해주는 축제다. 숭고한 인류애로 사랑과, 나눔, 평화, 봉사를 구현하는 축제로 발전하여 전년도에 충북최우수축제로 선정되었다.

축제장에서는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생활이 어려울 때를 상기시키는 움막 짓기, 품바들의 애환을 풍자적으로 이끌어내는 경연이 펼쳐진다. 사랑의 날을 정하여 사생대회를 하고 연극 및 품바 댄스도 자리한다. 품바 난타 쇼, 품바예술단 공연, 패션쇼, 추억의 노래 부르기 등 다채롭게 이뤄진다. 그리고 생활이 어려운 분들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이 빠지지 않고 자리한다.

춘궁기를 오버랩하며 품바 축제를 본다. 그때는 먹거리가 부족하지만 자연스럽게 나눔이 이루어졌다. 오늘날 우리네 생활이 비교할 수 없게 풍요롭다. 하지만 이기주의가 깊이 뿌리 내리고 있어 사랑과 나눔으로의 치유가 요구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도움이 필요한 분들의 어두운 곳을 밝혀줄 등불이 필요하다. 주위를 둘러보고 나눔을 어디에서 요구하는가를 살펴보며,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를 알아야 가장 밝게 비춰 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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