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확보 생명·재산 지킨다
골든타임 확보 생명·재산 지킨다
  • 조준영 기자
  • 승인 2017.05.25 20: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주가경터미널시장 상인들 캠페인 적극 참여 불구

입간판·진열대 등 장애물에 소방차 가다 서다 반복

“시민의식 개선 됐지만 아직 미흡 … 공감대 형성 필요”
▲ 25일 청주시 흥덕구 가경터미널시장에서 소방차 길터주기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유태종기자

전통시장이 화마(火魔)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대구 서문시장부터 전남 여수수산시장, 인천 소래포구 어시장에 이르기까지 최근 전국에서 일어난 화재가 발단이다.

터졌다 하면 대형 참사로 번지는 까닭에 시장 화재는 상인들에겐 두려움 그 자체다.

25일 오전 9시 20분 청주시 흥덕구 가경터미널시장. 장사 준비로 바쁜 상가 숲 사이로 사이렌 소리가 희미하게 울려 퍼졌다.

입구로 나가보니 저 멀리서 경찰 순찰차를 선두로 한 소방차 대열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이들 차량은 소방통로 확보 훈련을 위해 시장을 찾았다.

사람 다니기도 비좁아 보이는 통로에 차량이 순서대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자리를 펴던 상인들이 이내 손을 멈췄다. 뜨거운 햇볕으로부터 상품을 보호하려던 마트 사장은 방금 편 파라솔을 접고, 축산물 판매점 주인은 가게 앞에 놓인 박스를 정리했다.

2.7m. 화재 진압용 중형 펌프차(폭 2.36m)가 지나는 데 필요한 최소 공간이다.

상인들의 분주한 움직임은 땀으로 일궈온 생활 터전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훈련 때 연습해놔야 실제 상황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않겠어요? 불이 평생 모은 재산을 잿더미로 만들 수 있잖아요.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례를 보면 남 일 같지 않아요.”

전국 곳곳에서 일어난 전통시장 화재로 경각심이 높아진 탓일까. 훈련은 별 탈 없이 이뤄지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통로를 수월하게 빠져나가던 차량이 일제히 멈춰 섰다. 한 상점에서 펼쳐놓은 진열대가 길을 막아선 까닭이다.

밖에서 통행 유도를 하던 소방관들이 바빠졌다. 상품이 가득 쌓여 있는 진열대를 안쪽으로 밀어 넣으려 안간힘을 썼다.

짧지 않은 시간이 흐른 뒤 진열대가 제자리를 찾았다. 발이 묶인 차량은 그제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대열은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튀어나온 입간판, 바닥에 널린 과일바구니에 번번이 발목을 잡혔다.

비록 오랜 시간은 아니었지만 촌각을 다투는 실제 상황 속에선 진화 활동에 충분히 영향을 끼칠 만한 수준이었다.

“각 상점의 특정 진열 방식으로 물건이 통로를 넘어오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훈련 때라면 괜찮겠지만 긴급 상황에서는 큰 장애물이 될 가능성도 있어요.” 윤경민 소방교의 설명이다.

전통시장 화재는 무엇보다 `골든타임'확보가 중요하다. 초기 진화 실패는 곧 막대한 재산 피해로 이어진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발생한 전통시장 화재는 모두 350건이다. 불은 48억원에 달하는 소중한 재산을 집어삼켰다.

화재 건당 피해액도 전통시장이 가장 컸다. 전통시장 화재 피해액은 1건당 1380만원으로 상점가(990만원), 쇼핑센터(795만원), 백화점(494만원)보다 월등히 높았다.

이런 이유로 소방당국은 정기적으로 전통시장을 찾아 통로 확보 훈련, 캠페인을 하고 있지만 공감대 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현대화가 이뤄지지 않은 구도심 지역 전통시장에서는 아직 `남의 일'로 여겨지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시민 의식이 과거보다는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나의 작은 협조가 소중한 공공 재산을 지키는 일'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준영기자
reason@cctimes.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