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결(欠缺)없이 살아가기
흠결(欠缺)없이 살아가기
  • 임성재<칼럼니스트>
  • 승인 2017.05.2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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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 임성재

국무총리 청문회를 보면서 실망스럽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부터 공직자가 될 수 없는 5대 비리로 `병역면탈,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논문표절, 위장전입'을 주장해 왔는데 문재인 정부의 첫 번째 총리후보의 부인이 위장전입을 한 것으로 밝혀졌으니 말이다.

위에 열거한 다섯 가지 비리는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 보았을법한 달콤한 유혹이고 기회가 닿는다면 눈을 질끈 감고 넘어서 다른 사람에게 큰 해를 입히지 않았으니 괜찮지 않을까 라는 도덕적 위안의 경계쯤에 위치해 있다. 군에는 안가면 좋겠고, 부동산을 사고팔아 돈 버는 일을 마다할리도 없다. 또 세금을 좀 덜 낼 수 있다면 크게 법을 어기는 일이 아니면 해도 괜찮을 것 같고, 아파트 분양이나 자녀의 학군 배정을 위해 친척집이나 아는 집에 주소만 잠깐 옮겨 놓는 것이니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서민들은 그것을 실행하고 싶어도 돈이 없거나 법과 제도의 장벽에 막혀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 소수의 사람들만이 법망을 피해 그런 일을 해왔을 뿐이다. 마치 그런 비리의 실행여부가 자신의 능력을 가늠하는 잣대처럼 여기며 우리는 그동안 그것에 대해 관대했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국무총리를 비롯한 장관들의 인사청문회 때만 되면 이 5대 비리가 어김없이 등장한다.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초기에는 한 가지 사유만 걸려도 큰 흠결로 여겨져 낙마도 하고 그러더니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들어서부터는 한 두 개 정도 걸리는 것은 큰 흠결로 여기지지 않을 정도로 흔해져버렸다. 그래서 고위공직자들의 인사청문회에서 굳이 청렴도를 검증해야 하나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했었다.

다행스럽게 문재인 대통령은 적폐청산을 기치로 내걸었고, 취임 10여일 만에 나라의 기틀을 바로세우는 일들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선두에서 이런 일을 진두지휘해야 할 국무총리 후보자의 배우자가 위장 전입한 사실이 밝혀진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인수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정권을 넘겨받아 인사검증 시스템이 미비한 상태에서 인선을 한 것인지, 아니면 위장전입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미미한 위반이라고 생각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적폐청산을 기치로건 문재인 정부의 첫 국무총리 후보자로는 큰 흠결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서 또다시 보수정권 시절에 경험했던 인물난을 다시 겪어야 하는 것인지 불안한 생각마저 든다.

대한민국에선 고위공직에 오를만한 인물 중에는 병역비리나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논문표절, 위장전입 같은 일을 저지르지 않고 살아온 사람은 없는 것일까. 고위 공직자후보들이 곤욕을 치루고 있는 것은 당시의 생각으론 그런 일들은 관행이었고, 또 조금 위반한다고 해서 누가 알랴하는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아마 자신이 고위공직자 후보로 청문회 검증을 받아야 할 처지가 될 것을 예상했다면 그런 일을 저지르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지금처럼 마음만 먹으면 단 몇 시간 만에 한 사람의 과거를 모조리 밝혀낼 수 있는 검증 시스템을 상상하지 못한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 큰일을 하기로 마음먹은 사람이나 자녀들을 그렇게 키우고 싶은 사람들은 지금부터라도 아주 작은 법도 위반하지 않는 도덕적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눈앞의 이익에 대한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한다면 그 결과는 뼈저리게 밀려오는 회한뿐일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특히 우리의 자녀들이 살아야할 수십 년 후를 예측하기는 더욱 어렵다. 따라서 내 자녀가 고위공직에 나갈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수십 년 후에라도 떳떳하게 청문회 자리에 설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삶이 중요하다. 훌륭한 자식으로 키우기 위해 혼신을 다하면서 한쪽으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작은 흠결이라도 만들어 놓는다면 공든 탑이 무너지는 아픈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번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며 공직자에 대한 우리의 청렴성과 도덕성에 대한 잣대가 매우 높아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보다 공정하고 반칙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작은 흠결도 용납하지 않는 그런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청문회의 작은 흠결이 갖는 의미는 우리 사회의 도덕성에 관한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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