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그립습니다
당신이 그립습니다
  • 권진원<진천 광혜원성당 주임신부>
  • 승인 2017.05.25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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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 권진원

지난 23일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8주기 추모식에 참석차 봉하마을에 다녀왔습니다. 전날 방송을 보니 많은 이들이 방문을 기약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에 인파에 떠밀리는 상황이 오리라는 예상을 했습니다. 동청원 IC를 지나 김해 방향으로 향하는 길엔 이미 수많은 차가 봉하마을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대통령의 생가에서 약 2㎣ 앞부터 차량진입이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차가 모여드는 상황이라 저희 일행도 빠져나오는 수고를 덜기 위해 먼 곳에 주차하기로 했습니다. 대통령 생가터까지는 약 2.7㎣쯤을 도보로 이동했는데 주위의 사람들을 보니 표정이 모두 들떠 있는 듯했습니다. 8주기 추모식에 참석한다는 무거운 마음보다는 현직인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리라는 기대와 기쁨으로 가득 찬 모습이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미 행사장 안팎에는 밀려드는 인파로 이동할 틈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공식행사장으로 들어가는 길은 제 힘으로 걸어가는 것이 아니라 뒷사람에게 떠밀려 앞으로 전진하고 있었습니다. 밀려드는 인파를 거슬러 빠져나오기는 불가능 해보였습니다. 아마도 역으로 해쳐나온다면 두 다리와 온몸에 힘이 빠질지도 모를 상황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무대가 보이는 곳까지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동을 했습니다. 커다란 스크린에 추도식 행사의 하나로 만들어진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상을 보며 저는 문득 잊고 있던 기억들이 되살아났습니다.

요 며칠 문재인 대통령의 인간적이며 소탈한 모습을 보면서 열광과 감동의 연속을 체험한 국민의 열의와 같은 인기는 웬만한 아이돌 못지않음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파격적인 행보는 이미 노무현 대통령에게서도 본 모습이었습니다. 당시 청와대 직원들, 시민과 소통하고 친근하게 만나고 사람들과 반갑게 인사하며 악수하고 대통령의 권위를 내려놓은 그의 인간적인 면은 당시에는 사람들을 열광하게 하기보다는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릅니다. 대통령이 저러면 안 되는데…라고나 할까요.

어쩌면 그 시대 우리가 노무현 대통령을 품기에는 우리의 마음의 크기가 작았는지도 모릅니다. 그는 우리의 수준보다 훨씬 앞서 있었고 열려 있었지만 우리는 그를 품을 준비가 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 국민도 많이 성장했고 인간적이며 서민적인 대통령을 품기에도 남음 직한 마음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요즘 문모닝과 문라이트라는 말이 실감 날 정도로 하루의 힐링을 위해 뉴스를 보는 일은 큰 즐거움이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노무현 대통령 때는 왜 그러지 못했나'라는 아쉬움이 남기도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보면 그의 벗인 노무현 전 대통령이 떠오릅니다. 두 사람은 참으로 여러 면에서 많이 닮았습니다. 떠난 지 8년이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저의 마음속에 남아 있습니다. 그의 진면모를 이제 현직 대통령을 통해 보게 되는 즐거움이 계속되었으면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통해 지난 참여정부가 이루고자 했던 아름다운 대한민국이 이룩되기를 희망해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보고 싶고 그리운 5월입니다. 하지만 이젠 문재인 대통령을 보며 당신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보려 합니다. 그 안에 당신이 살아 숨 쉬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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