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남대의 혁명적인 봄
청남대의 혁명적인 봄
  • 안태희 기자
  • 승인 2017.05.24 2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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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안태희 취재2팀장(부국장)

지난 주 청남대에서 맞은 봄은 특별했다.

청남대는 연간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기는 하지만 대통령 별장이었다는 특성 때문인지 잘 가꿔진 정원을 거니는 것 말고는 할게 없었다.

마치 내가 대통령이 된 것 같은 느낌을 갖지도 못하지만 무엇인가 부자연스럽고 엄숙한 분위기가 깔려 있는 곳이었다.

최근 이곳에서 한 방송국이 주최하는 재즈페스티벌이 열렀다. 대청호를 바라보는 넓은 잔디밭에 무대를 만들어 3일간이나 재즈음악이 연주된 것이다. 관객들은 잔디밭에 앉거나 눕고, 푸드트럭에서 사온 음식들을 먹으면서 재즈를 즐겼다.

일부는 아예 드러누워 자기도 했으며, 맥주나 막걸리를 마시면서 음악에 자신을 맡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청주에 이렇게 재즈 애호가들이 많았던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놀라운 것은 발상의 전환이다. 이시종 지사가 개막식에서 “청남대에서 재즈페스티벌이 열린 것은 혁명적인 것”이라고 말하기에 충분할 정도다. 청남대에서 이렇게 자유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할 생각을 그동안 아무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혁명적인(?) 상황은 또 이어졌다. 잘 모르는 음악가가 연주를 하는데, 익숙한 멜로디가 들려왔다. 5분이상 연주한 그의 곡은 분명히 `임을 위한 행진곡'을 편곡한 것이었다. 청남대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듣다니, 이 또한 혁명적이지 않은가.

청남대가 반환되기 전 청남대 길목에서 분위기를 냈다가 저녁에 생일케이크를 들고 들어갔다가 군인인지, 경찰인지한테 쫓겨난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20년이라는 세월의 흐름이 연속촬영 사진처럼 지나갔다.

새 정부의 출범과 함께 청와대는 권위의 갑옷을 버렸고, 국민에게 다가왔다. 이럴 때 청남대도 국민의 품속으로 한발더 가까이 온 것이다.

다만 이런 변화와 변신이 지역사회 전반에서도 지속적으로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청주시는 세종시가 이웃도시가 되면서 신수도권이라는 새로운 위상을 갖게 됐지만, 여전히 시스템적으로 그런 위상에 걸맞지 않은 구태들에 둘러싸여 있다.

일부 기업인들은 청주에서 오창이나 오송 가는데 청주서 서울가는 시간보다 더 걸린다면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오창과학산업단지에 입사한 신입사원 중 70% 이상이 1년내 퇴직하는 것은 이런 시스템의 부재도 큰 원인이 될 것이다.

그런데도 청주시는 아직도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실시하지 못하고 있고, 언제될지도 모를 상황에 처해 있다. 취업을 해도 자가용이 없으면 꼭두새벽에 시내버스를 타야하는 청년들에게 `왜 직장을 그만두느냐'라고 힐난할 수 있을까 싶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시의원이 각종 논란에 휩싸여 있는 사업의 참여업체 관계자와 해외로 동반여행을 떠나는가 하면 시공무원은 애써 확보한 국비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팽개치는게 지역의 공직사회 모습이다.

무엇인가 새로운 사고와 새로운 질서가 빨리 자리잡지 않으면, 허울만 좋은 신수도권에서 뒷방신세를 면하지 어렵겠구나라는 걱정까지 앞선다.

청남대의 봄을 보면서 시민들은 확실하게 변화를 원한다는 것을 실감했다. 우물안 개구리 같은 누구만 이것을 모르는지,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것인지 다시한번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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