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역이 충북에 있나요? 청주시라구요?
오송역이 충북에 있나요? 청주시라구요?
  • 김준회<충북지방변호사회 회장>
  • 승인 2017.05.24 20: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별기고
▲ 김준회

전국에 14개 지방변호사회가 있다. 약 14000명의 개업변호사가 활동하고 있는 서울지방변호사회부터 회원수가 100명 정도인 제주지방변호사회까지 각 지방변호사회 회장들은 협의회를 구성하여 동등한 자격으로 1~2달에 한 번씩 각 지방을 순회하면서 법조현안에 대하여 논의하고 대한변협, 대법원, 대검찰청이나 정부에 대하여 건의하거나 입장을 내놓기도 한다.

170여명의 변호사가 활동하고 있는 충북지방변호사회 회장에 취임하고 나서 금년 4월 말에 열리는 회장협의회를 충북에서 개최하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받았다. 필자는 이를 받아들이면서 장소를 고민하다가 마침 오송역 주변에 대형 비즈니스호텔이 신축되어 임시 운영 중에 있어서 오송역도 홍보할 겸 호텔 측과 사전협의 하에 회의, 만찬, 숙박을 모두 호텔 내에서 원-스톱으로 진행하기로 계획하고 충북지방변호사회 주관 협의회를 오송에서 개최하겠다고 수락했다. 자연스럽게 회의 개최장소인 오송이 화제가 되었다. 필자는 오송의 지명 유래를 설명하고, 충북 청주시 소재 오송역은 KTX 경부선과 호남선의 분기점 역일 뿐만 아니라, 세종시의 관문역이기도 하며, 항후 강원영동까지 KTX가 연결되면 명실상부한 전국 X자 철도교통망의 중심이 되는 곳이라고 자랑하였다.

그런데 몇 명의 지방회장들이 이구동성으로 “오송역이 충남이 아니고 충북에 있었어요? 오송역에서 청주는 멀지 않나요? 오송역이 행정구역상 청주에 속한다구요?” 하는 것이었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머리를 한 방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그런데 냉정하게 생각해보니 우리에게는 오송이 충북 청주시에 있다는 사실이 당연한 것일지 몰라도 무관심한 외부인들에게는 홍보하지 않으면 제대로 알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들의 무지도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우리 내부에서 오송역으로 할지 청주오송역으로 할지를 놓고 갑론을박하다가 결국 오송역으로 정한 것이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식 결정이었는지... 당시 청주오송역으로만 정했어도 이러한 일은 없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무현 대통령 후보시절의 공약으로 시작된 신행정수도건설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행정중심복합도시로 변질되기는 하였지만, 우리 충북은 많은 기대를 걸고 땅까지 내주면서 충남, 대전 등 충청권과 합심하여 세종시 탄생에 적극 협력하였다. 그런데 막상 세종시가 건설되어 가동되기 시작하자 충북은 인구 및 경제가 세종시로 흡수되는 빨대 효과가 걱정될 정도로 피해의식이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설상가상으로 세종시는 지역구 국회의원과 시장이 나서서 KTX 세종역 신설뿐만 아니라 제2경부고속도로를 충북을 경유하지 않고 충남을 거쳐서 바로 서세종 지역으로 직접 연결하려는 적극적인 시도까지 하고 있어서 충청권 공조가 흔들리는 단계를 넘어 새로운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까지 생기는 실정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 충북은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지 않은가 싶다. 근시안적이고 우물 안 개구리 식의 소승적인 판단은 궁극적으로는 우리 지역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역사가 말해주지 않는가. 경부철도 건설 시에 청주시를 경유하려던 당초 계획이 우리 지역 유림들의 결사반대로 조치원을 경유하고, 경부고속도로 또한 대전을 경유하게 됨으로써 청주는 경제성장의 소외지역으로 전락하여 대전지역보다 점점 축소된 먼 이야기는 차치하더라도 얼마 전에 우리 지역에 있는 국제공항의 명칭에 대하여도 청주대전, 또는 청주세종으로 하자는 제안에 대하여 우리 지역의 반응은 공항을 빼앗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결사반대하고, KTX 청주세종역은 고사하고 청주오송역으로도 명명을 하지 못할 정도로 소지역주의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KTX 오송역을 처음부터 과감하게 KTX 청주세종역으로 명명하였다면 세종시 측에서 감히 별도의 세종역을 만들자고 제안할 수 있었겠는가. 청주공항 또한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시의 관문공항으로 활용되어야 더 활성화될 수 있으므로 오히려 충북이 나서서 청주세종공항으로 개명하도록 하는 것이 어떨까. 눈앞의 욕심을 버려야 더 크게 더 오래갈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