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 넘을 수 없는 벽인가?
학력, 넘을 수 없는 벽인가?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7.05.23 2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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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김금란 부장(취재3팀)

우리 사회에서 학력은 평생을 따라다니는 꼬리표다. 학력이 높으면 평생 지성인으로, 학력이 낮으면 수많은 재주를 갖고 있어도 편견의 대상이 된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를 이끌어나갈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김동연 아주대 총장을 지명하면서 등장한 단어가 `고졸신화'다. 청계천 판잣집 출신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김 내정자는 어려운 환경을 딛고 일어선 `고졸신화의 아이콘'으로 부각됐다.

그의 성장 배경을 보면 인간 승리 그 자체다. 음성 출신인 그는 11살 때 아버지를 여의었다.

청계천 무허가 판잣집에서 살 정도로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그는 덕수상고 재학시절인 17세에 홀어머니와 동생 3명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한국신탁은행에 취직했다. 가정 형편을 이유로 묻어뒀던 공부에 대한 한을 풀기라도 하듯 그는 8년간 야간대학인 국제대를 다녔다.

낮엔 은행원으로, 밤엔 대학생으로 주경야독 생활 끝에 1982년 그의 나이 25세에 입법고시와 행정고시에 동시에 합격했다. 그는 이듬해인 1983년 3월 경제기획원(EPB)으로 출근했다.

그는 일명 명문대로 불리는 SKY 출신도 아니었다. 물 건너온 유학파 출신도 아닌 그는 오로지 성실함과 업무능력으로 사회의 편견에 맞서 승부를 걸었다. 그 결과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국정과제비서관으로 일했고, 2012년 기재부 제2차관, 2013년 장관직인 국무조정실장에 올랐다. 국무조정실장으로 일하던 때 백혈병으로 투병하던 장남과 영원한 이별을 한 아픔을 가슴에 묻은 채 발인 당일 오후 출근했다는 이야기는 그가 업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일하는지 짐작하게 한다.

새 정부에서 수많은 인사가 주요 관료로 임명되고 지명됐다. 하지만 대중의 관심은 유독 김동연 지명자에 쏠려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 후보자의 지명 배경에 대해 “청계천 판잣집 소년가장에서 출발해 기재부 차관과 국조실장까지 역임한 분으로 누구보다 서민의 어려움을 공감할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개천에서 용 나던 시절이 지났다고 말하는 요즘 새 정부에서 흙 수저 출신을 부총리에 지명한 것을 두고 신선하다는 반응과 흙 수저 신화로 불리는 것 자체가 사회에 남아있는 학력 지상주의를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라는 부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몇 년 전 충북에서 성공한 고졸 신화 CEO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다.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어엿한 중견기업 대표가 된 인물부터 미용 기술로 기능장에 오른 인물까지 만났지만 인터뷰는 5회로 끝이 났다. 경제단체와 상공회의소 등을 수소문해 인터뷰 대상자를 섭외에 나섰지만 쉽지 않았다. 당시 상공회의소를 통해 등록 업체 대표 가운데 대상자를 섭외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누구도 나서지 않으면서 결국 고졸 신화 시리즈는 연속보도를 할 수 없었다. 담당자로부터 전해 들은 거절 이유는 “이제 와서 못 배운 것 소문낼 일 있느냐”였다.

대학교라는 간판이 아직은 우리 사회에서 사람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로 작용한다. 가방 끈이 긴 것보다 평생 먹고살 수 있는 기술이 우선이라고 말하지만 여전히 수많은 학생은 명문대 입학을 위해 늦은 밤까지 공부에 매달린다.

학력에 대한 벽이 깨지지 않다 보니 고졸자의 성공을 우리는 아직도 `신화'로 미화한다. 고졸 신화를 일군 인사를 장관에 지명한 것도 물론 상징성이 있다. 이번 기회에 김 후보자의 인사를 계기로 대학 간판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사회분위기가 바뀌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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