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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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순<수필가>
  • 승인 2017.05.23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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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문앞에서
▲ 김경순

음성천이 꽃으로 흔전만전 지천이다. 아직 동도 트지 않은 새벽길, 일렁얄랑 흔들리는 꽃들과 눈인사를 나누기 바쁘다.

기특하기도 하다. 며칠 후면 축제가 있는 줄은 어찌 알고 이리도 앞다투어 피어나 주는 걸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뭄으로 키를 키우지 못했었다. 그러던 것이 며칠 간격으로 내린 비가 영양분이 되었는지 신호탄처럼 하루가 다르게 키를 늘리고 있다.

음성천은 음성의 중심지를 흐르는 내이다. 음성천을 따라 만들어 놓은 산책로는 음성 시민들의 휴식공간이 되었다.

우리 부부도 아침저녁으로 음성천 산책길을 따라 걷기운동을 시작했다. 예전에는 몰랐던 아침 풍경이다. 동트지 않은 새벽길은 우리 부부에게 세상이 주는 선물이다. 공기도 새것인 듯 느껴지고, 이슬을 머금고 있는 초록 생명도 싱그럽다.

그렇게 걷다 보면 느린 걸음으로 긴 다리를 물에 담그고 고기를 기다리는 낚시꾼 재두루미와 백로를 만난다. 어제 보았던 그 녀석인 듯싶어 안녕하냐고 안부도 묻는다. 대개는 쌍쌍이 물 위를 사이좋게 떠다니는 물오리는 어떤 때는 홀로 사색을 즐기는 모습도 마주한다.

이제 며칠 후면 이곳은 관광객들로 붐빌 것이다. 해마다 열리는 품바축제는 전국에서 인정해 주는 명품 축제로 자리 잡았다. 명품으로 자리 잡기까지 관계자들의 노고가 얼마나 컸을지는 해가 지날수록 변해가는 음성천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우리 부부가 걷는 산책길에는 복개천을 지나야 한다. 축제준비는 한 달여 전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날마다 변해가는 복개천 체험장의 모습을 보는 것은 즐거움이었다.

그런데 며칠 전의 일이었다. 음성 천 끝에는 합수머리가 있는데 우리 부부는 그 지점에서 다시 돌아오는 코스로 운동한다. 그날도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열심히 걷고 있었다. 반환점을 돌 무렵 길모퉁이에 있는 논두렁에 사람이 보였다.

한눈에 보기에도 노숙자였다. 까치둥지 머리를 한 그 남자의 양옆에는 초라한 까만 배낭과 막걸리 병이 놓여 있다. 논을 향해 앉아 있는 그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먼데 시선을 두고 있었다. 우리 부부는 순간 입을 닫고 한참을 걷기에만 열중했다. 그가 우리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곳쯤에 오자 남편은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품바축제가 저런 거지들을 불러 모으는 축제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품바 축제로 인해 생기는 이런저런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남편은 축제가 열리는 곳에서 장사하고 있다. 가게 물건이 부피가 나가다 보니 차를 가지고 와야 물건을 싣고 갈 수 있다. 그런데 축제가 열리기 일주일 전부터 가게로 들어오는 길들을 통제하는 바람에 손님들이 차를 끌고 들어오지 못해 불만이 많은 모양이었다. 그러니 자연 매출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품바축제는 분명 음성의 경제를 살리고, 음성을 전국에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는 행사이다.

그것을 알기에 남편이 털어놓는 말만 가만히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화려한 축제 뒤에 누군가는 힘들고 어려울 수 있다. 그렇기에 행사를 준비하는 관계자들의 피땀과 행사장 주변의 상점주들과 주민들의 배려는 축제를 성공으로 만드는 요인일 것이다.

축제는 상생이다.

부디 이번 품바 축제도 어우렁더우렁의 비빔밥처럼 나눔과 상생의 신명난 장이 될 수 있기를 기원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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