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청와대를 털수 있을까
검찰, 청와대를 털수 있을까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7.05.22 1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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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재경 국장(천안)

시민단체인 투기자본감시센터가 22일 안태근, 이영렬 등 법무부와 검찰 간부들의 `돈봉투 만찬'에 참석한 10명의 공무원을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경찰청에 제출했다.

이 단체가 적시한 이들의 죄명은 네 가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뇌물수수, 횡령,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이다.

이들 10명을 고발한 사유도 각각 구체적으로 밝혔다.

우선 이번 돈 봉투 만찬과 관련된 공통 사안으로는 특수 활동비를 뇌물로 사용하고 차기 검찰 인사에 대비한 사전 청탁 결의 등 두 가지를 꼽았다.

나머지 혐의는 10명이 각각 (검찰 특수본에서 활동하면서)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1000여 차례 통화한 안태근 전 검찰국장을 수사하지 않고 무혐의 처리한 혐의, 대통령과 재벌에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고 강요죄를 적용한 혐의 등 5건이다.

눈에 띄는 것은 고발장 제출처가 경찰청이라는 점이다. 이 단체는 그 이유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친절하게' 설명했다.

검찰의 기소 독점권이 검찰의 부패를 초래해 대통령 탄핵을 초래한 점, (당신의 범죄를 수사할) 특검이나 고위 공직자 비리 수사처가 현재 없다는 점 등 크게 두 가지다.

검찰이 제 식구 감싸기를 할 터이니 차라리 다른 수사 기관인 경찰에다 수사를 맡기겠다는 뜻이다. 검찰로서는 망신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 단체의 뜻대로 온전히 경찰 수사가 진행되지는 않을 듯싶다.

현행법은 어차피 검찰에만 기소독점권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이 아무리 수사를 잘해서 조서를 만들어놓아도 이를 검토하고 기소할지 여부는 검찰이 결정한다. 또 수사 과정 일체도 검찰이 지휘하게 된다. 바로 검찰 기소독점권의 위력이다.

이 단체가 이를 모르고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상징적으로 검찰에 망신을 주고, 검찰의 손에 쥔 모든 권력-즉 기소독점권을 경찰에도 나눠주라는 뜻이 내포돼 있었으리라.

미국 법무부가 지난 17일 트럼프 대선 캠프가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러시아-트럼프 스캔들에 대한 특검 수사 계획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실을 발표 30분 전에 법무부로부터 통보받았다. 우리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로즌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특검 수사 이유에 대해 “(현직 대통령의 선거 캠프가 연루된) 독특한 상황을 고려하면 공식 명령 계통에서 벗어나 독립성을 발휘할 수 있는 인사에게 수사를 맡기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성역(백악관)'을 파헤치겠다는 현직 법무부 장관의 의지. 사법부와 행정부의 권한이 명확히 구분된 미국의 선진 민주주의 시스템이 부러운 대목이다.

문재인 정부의 첫 인사 `작품'인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처음 기자들과 만나 이런 말을 했다.

“민정수석은 (검찰에) 수사 지휘를 하면 안 된다. 검찰 개혁의 문제는 검찰의 독립을 보장하는 것이다”

청와대에 사정의 칼날을 겨냥할 수 있는 검찰의 독립성 확보.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검찰 개혁'의 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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