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의회 자정 기능 강화해야 한다
청주시의회 자정 기능 강화해야 한다
  • 이형모 기자
  • 승인 2017.05.21 20: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 이형모 취재1팀장(부국장)

특혜 의혹이 제기된 폐기물 업체 임원과 해외 골프여행을 다녀온 신언식 청주시의원의 처신을 놓고 신 의원과 청주시가 공방을 벌이고 있다. 발단은 청주시가 폐기물 처리업체에 특혜를 줬다고 주장해 온 신 의원이 지난달 이 업체 임원, 이 임원을 소개한 자신의 친구와 함께 필리핀으로 골프여행을 다녀온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신 의원이 여행을 함께 다녀온 업체는 오창산업단지 폐기물 처리장을 청주시가 추진하는 오창 후기리 제2매립장 인근에 조성하려는 업체다. 신 의원은 지난 2월 열린 시의회 임시회 때 청주시가 이 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제기한 장본인이다.

제2매립장 면적을 더 확장해야 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청주시가 이 업체의 폐기물 처리장 조성 계획을 막았어야 하는데, 그 반대로 적합 통보를 하는 등 특혜를 제공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신 의원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해 자신의 해외 골프여행이 구설에 오른 배경에 청주시의 `음모'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2 쓰레기 매립장 조성에 필요한 103억원의 예산을 통과시킬 목적으로 청주시가 이 예산 처리에 부정적인 나를 유인, 필리핀으로 끌고 가 함정에 빠뜨렸다”고 주장한 것이다.

신 의원의 이런 주장에 청주시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범석 청주 부시장은 “예산 처리에 부정적인 시의원을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업체와 공모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신 의원이 제기한 음모론과 관련, 수사 의뢰를 포함해 다각적인 대응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역공했다.

신 의원의 주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안성현 시의회 도시건설위원장이 자신을 `협박'했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그는 “회기 중 안 위원장이 `제2매립장 예산을 통과시켜 주지 않으면 업체 임원과 해외여행 갔던 내용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했다는 것이다.

안 위원장은 “신 의원이 업체와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는 얘기를 듣고 문제의 소지가 있으니 결자해지하라고 한 것”이라며 “적반하장식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신 의원을 협박했다는 주장에 대해 “노지형 방식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을 뿐 강요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런 설전을 지켜보노라면 아직 우리 지방의회가 멀어도 한참 멀었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논쟁의 발단부터 전개까지 본질에서 벗어났을 뿐 아니라 모양새도 `물타기'의 전형이다.

본질은 시의원이 특혜 의혹이 제기된 업체 임원과 해외로 골프여행을 다녀왔다는 것이다. 배경이야 어떻든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민들에게 사과하고 말았으면 끝날 일이었다. 그런데 사실이야 어쨌든 `음모', `협박'설을 주장하며 논란을 증폭시키는 것은 본질을 흐리려는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런 자세는 자신을 뽑아준 지역구 주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의원으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기를 바란다.

시의회도 자정 기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데도 자정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시민의 심판을 받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승훈 청주시장이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항소심에서 직위상실형을 선고받고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는 입장이어서 시정이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점은 청주시의회도 공감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의회가 할 일은 집행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라는 본연의 역할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만이 뽑아준 시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