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의 아내
아담의 아내
  • 이영숙<시인>
  • 승인 2017.05.21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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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엿보기
▲ 이영숙

부부는 갈등 관계이면서도 평생을 함께하는 존재다. 갈등이란 칡과 등나무가 서로 얽히는 것과 같이 개인이나 집단 사이의 목표나 이해관계가 달라 서로 적대시하거나 충돌하는 것을 말한다. 칡(葛)은 오른쪽으로 감기며 올라가고 등(藤)나무는 왼쪽으로 감기며 올라가면서도 서로 묶여 하나의 튼튼한 기둥을 이룬다.

가정은 신이 인간에게 만들어준 최초의 조직이며 가정의 중심은 부부이다. 성서에 나오는 에덴동산의 아담과 하와는 최초의 부부이며 태백산 골짜기 웅녀와 환웅도 우리 민족 최초의 부부이다. 잠든 아담의 갈비뼈를 취하여 하와를 만들고 캄캄한 동굴에서 쑥과 마늘을 먹고 백일을 견딘 곰이 웅녀가 되면서 이 땅의 가정은 시작되었다. 아내는 남편에게 복종하고 남편은 아내를 사랑하며 서로 사랑하기를 힘쓰라는 명령이 전파되었지만, 아담과 하와 환웅과 웅녀의 관계를 수직적으로 해석하는 소극적 분석을 종종 본다.

남자와 여자의 생태학적 특성은 평등이며 수평이다. 인문적 사고는 생물학적 평등을 지향하며 수평적 존재로 평가하여야 한다. 이 땅에 정착한 공자적 유교주의의 이분법은 남녀관계를 수직관계로 평가한 결과 가부장제라는 불평등 구조를 낳았다.

오래전 한 방송국에서 어린이에게 인터뷰한 장면이 화제가 됐다. 장래 꿈을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아이는 `엄마, 아빠와 함께 모여 사는 것'이라고 했고 가장 슬플 때는 언제냐는 질문에 `엄마 아빠가 싸울 때'라고 했다. 가출 청소년의 가출 동기 큰 비중으로 부모님의 잦은 싸움을 들었으니 통계적으로 가정에서의 건강한 부부 역할이야말로 행복의 출발점이다. 2007년에 대통령령으로 제정한 5월 21일 부부의 날은 많은 의미를 제시한다. 이날 남편은 아내에게 빨간 장미를, 아내는 남편에게 분홍 장미를 선물하며 부부 사이의 돈독을 다진다. 졸혼까지 대두하는 가정 위기의 시기에 부부의 날은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남긴다.

나와 남편 사이의 기본구조도 갈등이다. 남편은 동적이고 나는 정적이다. 남편은 바다를 좋아하고 나는 산을 좋아한다. 남편은 역동적인 것을 좋아하고 나는 고요한 것을 좋아한다. 남편은 피자를 좋아하고 나는 청국장을 좋아한다. 남편은 도시를 좋아하고 나는 시골을 좋아한다. 남편은 화원의 백합을 좋아하고 나는 산야의 애기똥풀을 좋아한다. 오늘도 남편은 2,000CC의 대형 오토바이를 타고 동호회 회원들과 출정을 했고 나는 인근 산야에서 돌나물을 뜯는다. 외양상으로는 소와 사자 커플의 전형이지만 서로 자기 삶을 주장하거나 상대를 비하하지 않는다. 서로 지닌 차이와 다름을 존중하며 지금까지 원만하게 살고 있다.

부부는 서로 다른 특성을 배제하고 무조건 하나 되는 관계가 아니다. 각자가 지닌 다양성을 존중하며 함께 수평으로 놓인 레일을 달려가는 일이 평등한 부부 사이로 잘 살아가는 길이다.

야생마처럼 돌아다니다 검게 그을린 얼굴로 배시시 들어올 남편을 위해 우유에 돌나물 넣은 생주스를 만들고 알로에 껍질을 벗겨 천연 마사지 팩을 만든다.

칡은 오른쪽으로 돌고 등나무는 왼쪽으로 돌면서도 하나로 묶이는 일은 그냥 되지 않는다. 서로 지닌 다른 특성을 상보적인 관계로 유지하며 세상에서 가장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곳은 바로 가정이며 부부 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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