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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뉴스를 다시 보며

주말논단 임성재<칼럼니스트>l승인2017.05.19l수정2017.05.18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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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성재<칼럼니스트>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의 업무를 시작한지 오늘로 열흘째다. 이 열흘이 나의 생활습관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퇴직이후 보지 않았던 TV뉴스를 다시 보기 시작한 것이다. 30년 동안 방송 일을 했던 습관 때문에 TV를 끊는 일, 특히 TV뉴스를 보지 않고 산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으나 퇴직이후 단호하게 TV를 보지 않았다. 그 이유는 방송뉴스들이 보여준 권력지향적인 해바라기성 편집과 해석, 그리고 시청율의 볼모가 된 방송의 천박성 때문이었다.

TV를 끊고 나서야 TV를 보지 않아도 얼마든지 잘 살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TV에 매었던 삶과 시간을 풀어놓으니 또 다른 세계가 열렸다. 그 시간들은 독서와 취미생활로 채워졌고, 뉴스는 내 입맛에 맞는 뉴스를 스마트 폰이나 컴퓨터 등 다른 매체를 통해 얼마든지 충족할 수 있었다.

그랬던 내가 TV를 다시 켜기 시작한 것은 지난 9일 밤의 개표방송 때부터였다. 대통령 당선이 확정 발표될 때까지 TV 앞을 떠나지 못했던 나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틈만 나면 TV앞으로 달려간다. TV에 나오는 소식마다 감격스럽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첫 번째 외부 행사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찾아간 것은 파격이었고, 취임 하루 만에 첨예한 외교문제와 맞닿아 있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정상들과 전화통화를 하는 당당함도 보여주었다. 또한 국정의 잘못된 부분을 고치도록 지시하는 과단성과 인재를 등용하는데 내 편 네 편을 가리 지 않고 자리에 꼭 맞는 능력 있는 인사를 기용하는 모습이라든지 우리사회의 가장 아픈 곳을 먼저 보듬는 그런 소식들을 접할 때마다 마음이 뭉클해졌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법한 일들인데 그런 소식에 눈물이 날만큼 감동하게 되는 것은 아마도 그런 대통령의 모습에 목말라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내 마음을 뭉클하게 한 것은 양정철 전 비서관의 정계은퇴 소식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3철 중의 한 명으로 대통령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는 일을 맡을 것이라고 누구나 예상했던 그가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해외로 떠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그는 <제 역할은 여기까지 입니다>라는 글에서 `저의 퇴장을 끝으로, 패권이니 친문 친노 프레임이니 삼철이니 하는 낡은 언어도 거둬주시기 바랍니다.'라며 `멀리서 그분을 응원하는 여러 시민 중 한 사람으로 그저 조용히 지낼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님을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썼다. 소위 최측근 실세로 불렸던 3철 중 국회의원 신분인 한 사람을 제외하고 두 사람의 측근이 아무런 직책도 맡지 않은 채 대통령 곁을 떠나고 그들을 눈물로 보내는 대통령의 모습은 한국 정치사에 두고두고 남을 감동적인 모습이 될 것이다.

또 하나의 감동은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기념사는 명연설이었다. 기념사 동안에 20여 차례의 박수를 받고, 유가족과 광주시민들의 찬사를 들었대서가 아니라 그 연설 속에서 역사와 국민을 바라보는 대통령의 확고한 철학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1980년 5월 18일에 태어난 37살의 유족이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를 눈물로 낭송하자 함께 눈물을 흘리고 그녀가 퇴장할 때 그녀의 뒤를 따라가 꼭 껴안아주던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눈물을 흘렸다.

이렇게 TV를 보는 감동이 5년 동안 지속됐으면 좋겠다. 또 다시 TV에 푹 빠지는 중독자가 되어 TV의 노예로 전락한다 할지라도 매일 매일의 뉴스가 기다려지고, 지금처럼 뉴스를 보며 감동받는 그런 나라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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