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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의 반성문

生의 한가운데 신금철<수필가>l승인2017.05.19l수정2017.05.1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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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금철<수필가>

아이들을 담임하다 보면 학년에 따라 유난히 말썽꾸러기가 많은 해가 있다. 교사 시절, 6학년 담임했을 때의 일이다. 3월이 시작된 며칠 후 사고 1호를 접하게 되었다. S가 친구와 장난을 하다 계단의 난간에 부딪혀 이가 부러진 것이다.

나는 가슴이 떨리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얼른 부러진 이를 들고 치과로 달렸다. 다행히 부러진 이는 기술적으로 때울 수 있어 안도의 숨을 쉬었고, 부모에게는 담임으로서 아이들을 잘 보살피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려 마무리가 잘 되었다.

며칠 후 점심시간을 끝내고 5교시 수업시간이 시작되었는데 S가 보이지 않았다. S가 교감선생님과 함께 파출소에 불려갔다는 것이다. 무슨 일인지 걱정이 되었지만 수업 중이라 가 볼 수가 없어 반장을 보내 S를 데려오도록 하였다. 그러나 심부름을 간 아이는 혼자 돌아왔다. 반장은 S가 주인이 없는 집에 들어가 의심받을 짓을 하여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얼마 후 돌아온 S에게 반성문을 쓰게 하고, 나쁜 버릇을 고치기 위해 잘 못 가르친 나에게도 책임이 있으니 선생님도 학교를 그만두어야겠다고 심각하게 말했다. 그랬더니 S가 쓴 반성문에는 “선생님 정말 제가 잘못했어요. 저 때문에 선생님이 그만두시면 어떻게 해요. 만약 선생님을 못하시게 되면 제가 돈을 벌어서 선생님을 먹여 살릴게요.”

나는 서툴게 쓴 그 아이의 글을 보고 목이 메었다. 비록 잘못을 했지만 순수한 아이의 마음을 읽으며 특별지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교 후 어머니가 안 계신 텅 빈 집에서 혼자 보내지 않도록 학교에서 무상으로 컴퓨터 과외를 받도록 했다. 그 시절엔 컴퓨터가 처음으로 도입되어 S가 컴퓨터의 어려운 기능을 익히기엔 무리였지만 잘하는 아이의 옆에서 흥미만이라도 갖도록 하였더니 아주 열심히 배우고 나에게 자랑을 하였다.

착실한 친구를 옆자리에 앉혀주고 언제나 함께 다니도록 하며 뒤처진 기초학습을 가르쳐주고 함께 놀아주어 그동안 친구로부터 외면당하고 무시당했던 것으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했다. 아이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선행이 담긴 책을 권해주며 무엇을 느꼈는지 꼭 대화를 나누어 그 아이의 마음을 움직이도록 하였다. 그 후로 S는 나를 실망시키는 행동을 하지 않고 무난히 졸업을 하였다. 이십 여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눈에 선한 제자이다. 아마도 지금은 성실한 가장으로 행복하게 살고 있으리라 믿는다.

그 해엔 여러 사건으로 놀라는 일이 많았다. 학교의 현관 유리창을 주먹으로 쳐서 피투성이가 된 손을 12바늘이나 꿰매는 동안 나를 자지러지게 한 아이도 있었고 수학여행지에서 야구 방망이로 다른 반 아이의 이마를 쳐 병원에서 뇌 촬영을 하는 동안 간절한 기도를 올리기도 했다. 남의 집 장독에 돌을 던져 장독을 깨어 주인 할아버지가 쫓아와서 간장 값을 물어달라고 호통을 칠 때에 나의 지도가 부족한 탓이라고 사과를 드리며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던 일도 있었다.집을 나간 아이가 3일이나 들어오지 않아 잠을 설치며 괴로운 날도 있었고 그 외에도 아이들은 자주 문제를 일으켜 정말 잊을 수 없는 한 해였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교과서에 있는 지식만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의 생활지도에도 관심을 기울이며 온종일 긴장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행여 사고라도 나면 부모 못지않게 가슴을 조아리며 걱정을 한다.

요즘 교사들이 학부모와 제자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학생지도의 어려움으로 명퇴를 원하는 교사가 많다고 한다. 이제 교단을 떠난 시민으로서`스승의 날'을 지켜보며 힘들어도 묵묵히 제자를 사랑하고 교단을 지키는 선생님들에게 격려를 보내고, 학생들에겐 스승을 믿고 따르는 스승 존경 풍토가 되살아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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