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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풍경

강대헌의 소품문 (小品文) 강대헌 <에세이스트>l승인2017.05.19l수정2017.05.18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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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대헌 <에세이스트>

어느 날 직장 동료의 소개로 찾게 된 찻집이 있습니다. `들꽃풍경'이란 곳입니다. 그때가 저녁을 먹고 난 어스름 밤이었는데, 카페의 한쪽 벽면에는 옛날 영화의 장면이 고스란히 비치고 있었죠. `티파니에서 아침을(Breakfast at Tiffany's, 1961)'였던 것으로 기억되네요. 카페의 출입문 쪽으로는 이런저런 꽃들이 반갑게 손을 흔들고 있던 온실이 따로 자리 잡고 있기도 했습니다. 단번에 이뤄진 모습은 아닌 듯했습니다. 지금의 모습이 되도록 머물렀을 수만 번의 눈길과 손길이 느껴져 카페를 운영하는 박종미 대표에게 궁금했던 몇 가지를 물어봤습니다.

-카페 이름이 `들꽃풍경'이다. 이름은 누가.

“이 자리에 꽃밭을 펼쳐 놓은 게 10년이 다 되어갑니다. 시장에서 500원 하던 군자란을 키우다가, 그만 꽃 중독자가 되었네요. 시댁의 마당이었던 이곳에 비닐하우스로 작은 화원을 만들었다가 일이 커지고 만 겁니다. 꽃을 살리는 것도 죽이는 것도 공부가 된 꽃 키우기는 제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위안이 되기도 합니다.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들꽃의 생명력에는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가 들어 있잖아요. 들꽃이 가득한 곳에 사람이 풍경이 되어 주는 그런 공간을 가꾸고 싶은 거죠.”

-들꽃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것을 꼽는다면.

“동기부여가 되는 순간이 있는 것 같아요. 제겐 은방울꽃이 그랬어요. 영화배우 장동건과 고소영 커플의 부케(bouquet)이기도 했던 5월의 백합 같은 은방울꽃이 쪼르르 매달린 꽃을 흔들면, 마치 사랑의 종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것만 같거든요. `순결', `다시 찾은 행복'이란 꽃말도 좋기만 한 꽃이에요.”

-들꽃 중 기억에 남는 꽃말은.

“많은 꽃말이 있지만, 가장 가슴을 아리게 하는 것은 연인에게 꽃을 바치려 했다가 죽음을 맞이한 어느 청년의 영혼이 담긴 물망초(勿忘草)의 꽃말 `나를 잊지 마세요'랍니다. 때만 되면 선운사(禪雲寺)를 붉고 아름답게 물들이는 상사화(相思花)의 꽃말도 제 가슴을 치게 합니다. 꽃과 잎이 함께 피지 못해 영원히 만날 수 없는 관계를 나타내는 `이룰 수 없는 사랑'의 대명사이니까요.”

-2015년 10월 산림청이 선정한 `대한민국 야생화 100대 명소'에 우리 충북에선 미르숲, 조령산, 좌구산, 미동산 수목원이 들어갔는데, 숨겨진 곳을 든다면.

“월악산 송계계곡을 들고 싶습니다. 아이들 어릴 적에 그곳으로 물놀이를 간 적이 있는데, 야생화가 지천으로 널려 있어 깜짝 놀랐었죠. 사위질빵, 노루오줌, 물봉선 등 여러 들꽃이 나무 그늘 아래서 한껏 뽐내고 있었어요.”

-가수 박효신이 부른 `야생화'를 듣다 보면, “잊혀질 만큼만/괜찮을 만큼만/눈물 머금고/기다린 떨림 끝에/다시 나를 피우리라”는 부분이 나오기도 하는데, 들꽃의 매력이란.

“길을 가다가도 버려진 듯한 흙더미에 피어 있는 들꽃을 보게 되면, 저절로 발길을 떼지 못하게 돼요. 들꽃의 매력은 애틋함이나 소박함 같아요. `야생(野生)'하면 강해 보이지만 `화(花)'를 덧붙이면 가녀린 꽃이 되는 야생화, 참 신비로워요.”

-먼저 꽃집을 하다가 플라워 카페로 바꾼 이곳을 통해 꼭 하고 싶은 일은.

“단지 직업으로 일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했던가요. 꽃의 감성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카페로서 작은 음악회나 문화를 접목한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하고 싶습니다. 쉼을 주는 공감과 소통의 자리를 마련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지난번 산책을 하다가 마주쳤던 앵초와 돌단풍과 꽃마리와 애기똥풀과 하늘매발톱의 안부를 묻고 싶은 것을 보니, 다시 `들꽃풍경'에 가봐야겠습니다.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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